일손 부족 영농비 급등 농산물값 폭락-5월 농촌 3중고 "신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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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농촌이 비탄에 빠져있다.
농번기 일손부족에다 영농비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농촌에 이번에는 농산물 값 대폭락 사태까지 겹쳐 생동의 5월이 실의의 계절이 되고 있다.
농가의 계절소득작물인 양파·대파 값이 4월말부터 곤두박질한데 이어 남·중부지방 주산지의 마늘 값도 이 달 들어 폭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일부 상추 재배농들은 『경매가가 원가의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밭을 갈아엎는 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사태는 UR극복 대응작물로 과잉 재배한 마늘·양파가 풍작을 이루고 상인들이 지난해 수확한 저장품을 서둘러 홍수 출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마늘=폭락이 가장 심한 곳은 경북지역.
출하가 기준 상품 한 접에 3천원에 거래돼 지난해 같은 시기의 6천원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
중품은 1천6백원(지난해 2천4백원), 하품은1천5백원(지난해 2천2백원)으로 각각 50%, 47%까지 떨어졌다.
충남·북의 경우 상품이 접당 5천원 정도에 출하되고 있으나 지난해 9천∼8천원에 비하면 80∼60%나 폭락한 값이다.
◇양파·대파=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양파는 거의 전 지역에서 출하가 기준㎏당 1백40∼1백9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시기의 4백∼5백원에 비하면 37∼38%선에 불과하다.
심지어 충북에서는 지난해 ㎏당 l백50원하던 하품이 현재 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내다 파는 값이 인건비·수송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곧 수확할 예정인 햇 양파 밭을 갈아엎고 대체작물을 심거나 올해 출하하기 위해 저온창고에 보관해 오던 지난해산은 아예 내다버리는 소동이 일고있다.
대파도 상품 ㎏당 3백∼5백원 선으로 지난해에 비해 71∼1백%나 떨어졌다.
◇상추=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상추물량 중 60%이상을 공급하는 하남시일대 상추 재배농들은 『농림수산부가 1월부터 상추 경매제를 도입한 이후 그 이전 4천∼7천원씩 받았던 중·하품 4㎏짜리 한 상자 값이 1천원으로 떨어져 출하원가 2천5백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전체 6백여 농가 중 1백여 농가가 항의표시로 밭을 갈아엎었다.
◇일부지방의 자구노력=전남도는 가격폭락 농산물의 주산지 시·군 담당과장·농촌진흥원·농협·농산물유통공사와 합동으로 「마늘·양파 가격안정대책협의회」를 구성, 유통자금과 공동출하 자금으로 1백47억원을 지원키로 하는 한편 도내 1전3백39개 업체·기관을 대상으로 소비촉진협조를 부탁, 각각 2천t씩의 구입주문성과를 거두었다.
경북도도 홍보를 통해 마늘·양파의 소비촉진을 유도하고 값이 더 떨어질 경우 시 예산으로 대량구입, 사회복지시설과 영세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며「김장용 마늘·양파 미리 사두기 운동」을 범시민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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