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TV『오늘의 스포츠』느닷없이 일어해설|안방서 일본 방송 접한 듯 찜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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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1일 밤 TV를 보던 사람은 적잖은 당혹감을 느껴야했다. 싱그러운 초원에서 펼처진 외국의 골프대회를 중계한 스포츠 프로그램에서 난데없이 일본어가 튀어나온 것이다. 그것도 잠깐 스쳐 지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별다른 설명 없이 반복해서 방송됐으니 시청자들로선 놀랄 만도 했다. KBS-1TV『오늘의 스포츠』는 이날 미국에서 막을 내린 벨사우스 클래식 골프대회 장면을 재빠르게(?)입수, 방송했다.
골프애호가들로선 얘깃거리가 되는 대회모습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방송의 신속성과 현장감을 스포츠 분야에서 또 한차례 느낀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국내 방송에서 그렇게까지 자상한 일어해설을 생생하게 들어야 했느냐에 있다. 물론 우리말 해설이 별도로 방송됐지만 가족이 둘러앉아 TV를 보는 시간에 일본 방송을 안방에서 접한 듯한 찜찜한 구석은 남아있다.
방송사 측의 말대로 현장음을 포함한 현장감을 살리자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받아넘길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일본어가 여과 없이 방송되기는 아직 이르고, 특히 이날 방송된 프로의 일어부분이 귀에 거슬린다는 시청자들의 불편한 심기를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에 앞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꽉 붙잡아 두기 위한 방송사끼리의 시청률경쟁이 빚어낸 결과가 이날 방송의 문제점이라는 사실을 방송사 측은 인식해야 한다.
SBS-TV가 크게 히트한『SBS 스포츠』의 맞불 작전으로 나선 KBS측이 지나친 경쟁심리로 충분한 준비 없이 부랴부랴 방송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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