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을 패배 박근혜 전 대표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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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사진) 전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공식일정이 없었다. 예정됐던 캠프 관계자들과의 비공식 면담이나 당원 간담회는 연기됐다. 측근들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4.25 재.보선의 충격을 흡수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그런 박 전 대표와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재.보선 참패 원인을 뭐라고 생각하나.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명박 전 시장과의 공동 유세 불발이 패배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건 민심을 모르는 것이고, 대전 시민을 무시하는 얘기다. 공동 유세 하고, 이벤트나 벌이면 대전 시민의 마음이 바뀌었겠느냐고 되묻고 싶다. 언론에선 (대전 보선이) 대선 전초전이라고 보도했지만, 나는 대선을 의식해 지원유세에 나선 게 아니다. 대선 주자가 지원 유세를 대선전에 활용한다고 하면 유권자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겠나. 각자의 입장에서 조용히 도우면 되는 일이다. (2005년 2월 국회에서 합의한 행정중심 복합도시법안을 놓고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다'고 했는데, (그런 분과) 같이 유세를 하면 오히려 표가 떨어지지 않았겠나."

-이 전 시장은 재.보선 패배를 계기로 당내 경선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선거엔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지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나는 특별한 변화나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 나는 평의원 때나 당 부총재.대표 때나 또 지금이나 한결같은 마음이다. 당원으로서 당이 필요로 하는 곳에 달려가 땀을 흘렸다.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대선을 의식해 선거운동을 돕고 경쟁한 게 아니다. 당이 필요로 하고, 당의 후보자가 도와 달라는데 어떻게 모른 체할 수 있나."

-당내 일각에선 지도부가 총사퇴한 뒤 비상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은 이럴 때일수록 더욱 단결해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다음번에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재.보선 한 번 졌다고 당이 흔들리면 나라는 어떻게 맡을 것인가. 나라를 맡아도 위기는 올 게 아닌가. 당은 안정되고 차분하게 나갔으면 좋겠다."

-당 수습 방안은.

"선거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우린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한나라당 후보가 100% 당선돼야 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다. 선거에 패배한 결과를 놓고 원인을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앞으로 더 잘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선거에 졌다고 곧바로 당과 지도부가 흔들리면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없다."

-한나라당으로선 생각할 게 많은 선거였다고 말했는데, 그 의미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깊이 분석할 것으로 본다."

중앙일보는 이날 박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에게 동시에 인터뷰 요청을 했다. 이 전 시장 측이 사정상 어렵다고 양해를 구해와 추후에 추진키로 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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