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의 프로야구 ' 한국리그 대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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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번만은 꼭 이긴다’고 공개적으로 다짐했으나 또 졌다. 상대 전적은 1승11패. KB 한국리그 개막전 두 번째 선수로 나온 세계 챔프 박정상(KIXX.(左))이 천적 중의 천적인 이세돌(제일화재)에게 패한 뒤 고통을 이기지 못한 채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25일 밤 7시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 KIXX의 유니폼을 입고 1번 선수로 나온 김승준이 우상 소목에 개막의 첫수를 놓았다. KB국민은행 2007한국바둑리그가 8개월의 대장정을 시작한 것이다. 수많은 대회가 있지만 한국리그는 기업의 이름을 건 단체전이란 특성에다 축구나 야구처럼 연중 리그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프로기사들의 관심은 단연 최고다.

이날 전년도 우승팀 KIXX는 주장 이창호 9단이 응원을 나와 시종 대국을 지켜보는 등 한국기원 2층에 마련된 검토실은 양팀 선수 및 감독, 관계자들로 대국이 모두 끝난 11시 무렵까지 북적거렸다. 혼자 대국하고 그 결과를 혼자 책임지는 세계에서 살아온 프로기사들이 '단체'에 맛 들인 때문인지 대회장은 지난해보다 더욱 열기가 뜨거운 모습이었다.

첫판은 김승준이 제일화재의 김주호를 189수만에 흑 불계로 꺾으면서 KIXX가 1 대 0으로 앞서나갔다. 김승준이나 이희성이 이겨주면 이창호-박정상 원투 펀치가 있는 KIXX는 천하 무적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KIXX의 백성호 감독은 "오더 싸움에서 밀렸다. 아직 낙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 9시에 이어진 두 번째 대결에서 박정상이 1승10패의 천적인 이세돌을 만난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백을 든 박정상은 끝없이 인파이팅을 전개했으나 이세돌의 치고 빠지는 '아웃복싱'에 말려들어 끝내 2집반 차로 주저앉았다. 세계 챔프에 걸맞게 이번만은 반드시 이세돌을 꺾겠다고 다짐했던 박정상은 고통을 삭이지 못해 대국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세를 추스르지 못했다.

KIXX와 제일화재의 대결은 27일까지, 그리고 신생팀 대방 노블랜드와 영남일보의 대결은 27~29일에 이뤄진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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