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위헌인가 합헌인가|"오판 가능성" "흉악범 중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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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사형제도는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위헌인가, 국가의 정당한 형벌권 행사로 합헌인가.
헌법재판소가 12일 대법정에서 사형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변론공판을 여는 것을 계기로 사형제도에 대한 법조계의 찬반공방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법조인들은 선진국에서 이미 폐지됐거나 사문화된 사형제도가 인간존엄의 최고가치를 해치는 위헌제도라고 주장하는 반면 법무부 등 제도존속을 주장하는 법조인들은 반 인륜사범 등에 대한 극형은 형벌체계상 불가피할 뿐 아니라 법률로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헌법에도 부합한다고 맞서고 있다.
위헌론=사형폐지 운동협의회 회장 이상혁변호사는 헌법(제37조)이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규정한 것은 절대 존재인 인간의 본질적 내용, 즉 생명권 침해만은 제외한 것이라며 사형제도의 위헌 및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변호사는 90년 4월 강도살인 등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뒤 같은 해 12월 사형이 집행된 손오순(당시 23세)과 또 다른 사형 확정자 등 2명을 대리, 90년 5월 제출한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사형제도가 ▲재판의 오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범죄 예방적 효과도 입증된바 없으며 ▲인도주의 및 문화주의의 세계적 추세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고려대 김일수교수도 법원의 오판 가능성을 막기 위해 ▲일정기간 사형집행을 유예하고 ▲재판부의 전원일치로만 사형선고를 가능토록 하며 사형을 대치할 초장기형 등의 대체입법을 통해 점진적 제도 폐지 및 대체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헌론=법무부는 헌법재판소에 낸 의견서에서 반인륜 사범 등 흉악 범죄가 상존하는 현실상한 생명권이 또 다른 생명권을 침해하는 경우 이를 법률로 제한해야하며 이 같은 형벌체계는 범죄예방 효과를 갖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헌론자들은 또 사형제도가 한 국가의 세계관·형벌관에 관한 문제로 존폐문제 및 집행방법 등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가정 파괴범 등 흉악범에 대한 중형을 요구하는 국민적 법 감각을 무시하고 가치론만을 좇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외국의 예=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프랑스·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 유럽국가, 우루과이·콜롬비아 등 남미 국가 등 모두 35개국.
또 전시 등 긴급사태 아래에서의 범죄를 제외하고 일반 범죄에 대한사형을 폐지한 국가도영국·이탈리아·캐나다 등 18개국에 이른다.
그러나 일본·미국·구 소련 등 1백개 국가는 사형제도를 존속하고 있으며 벨기에·그리스 등 10개국은 사형제도는 두고 있으면서도 10년 이상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사문화된 상태다.
사형집행 현황=법무부에 따르면 70년부터 90년까지 21년간 모두 2백73명의 사형이 집행돼 연평균13명이 처형된 것으로 집계됐다.
75, 78, 81, 84, 88년엔 사형집행이 없었다.
이들을 죄명 별로 보면 강도살인이 1백9명으로 가장 많고 ▲살인 76 ▲존속살인 9 ▲유인살해 12 ▲간첩 등 67명으로 나타났다.
형법개정안=사형제도는 형법 개정위원간에도 이견을 보여 표절 끝에 9대3으로 제도는 존속시키되 그 운영에 신중을 기하도록 결론을 내렸다. 개정안은 특히 사형선고에 신중해야 한다는 사형적용 신중 선언규정(제44조3항)을 신설하고 고의성이 없는 현주건조물방화치상·강도치사 등 10개 범죄의 사형 조항을 폐지했다.
또 특별법에 사형이 규정돼 있던 강도·강간 등은 사회적 위험 및 피해정도가 큰 점을 감안, 형법에 포함시켰다. <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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