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피해 보상길 마련에 최선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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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흑백갈등에서 시발된 로스앤젤레스의 흑인폭동이 한흑갈등의 양상으로 빗나가 우리 교민들이 최대의 피해자가 되어 버렸다.
사태가 이렇게 빗나간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미국정부와 언론에도 책임의 일단이 있다.
미국 당국은 흑인·남미출신 등 소수민족들이 한인 상가에 불을 지르고 약탈을 자행하고 있음에도 경찰 및 군투입 등 효과적인 조치를 신속히 취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하루가 넘도록 방치함으로써 피해가 더욱 확산된 것이다. 또한 미국 텔리비전 방송들도 한인자경단원들의 총기사용 장면을 계속하여 집중 방영함으로써 이번 소요를 한흑대결 분위기로 유도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같은 무책임한 보도는 서울올림픽때 심판에 항의하며 연좌하던 한국 권투선수의 모습을 집중 방영했던 NBC태도를 연상케하는 불쾌한 행위다.
1백40만명의 우리 재미 교민은 열심히 일해 비교적 성공했고 납세등 미국시민으로서의 법적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런 한인들이 부당한 질서파괴 행위로부터 적절히 보호받지 못하는건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교민들의 피해는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못했다. 그러나 중간 집계만 봐도 점포 1천여개가 피해를 보았고 총격에 의해 2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부상했다고 한다.
정부는 교민들의 피해상황을 상세히 파악하여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대미 교섭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 교민의 피해는 치안책임을 맡고 있는 미국 정부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생긴 결과다. 더구나 이번 흑인폭동은 한인과는 무관한 흑백분쟁에서 비롯됐다. 이같은 미국의 사회적 모순과 갈등은 백인계 미국인들이 저지른 역사적 원죄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 점에서 피해 한인들은 선의의 피해자로서 마땅히 응분의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번 폭동중 LA의 50만 우리 교민들은 침착과 용기를 잃지 않고 어려움을 잘 견뎌냈다. 그러나 이런 사태는 미국 사회의 구조상 앞으로도 얼마든지 재발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우리 교민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또다시 폭도의 표적이 되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교훈을 얻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겠다.
그러자면 우선 자위태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폭동은 불시에 일어나는 사태이므로 치안당국만 믿고 있을 수 만은 없다. 누구나 총기를 가질 수 있는 미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 사태에서도 용기있는 자경대활동이 피해축소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선란과 우애를 가지고 주변의 다른 인종·민족들과 함께 살아가는 생활태도다. 특히 흑인을 비롯한 소수민족과의 관계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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