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왜 잘 팔리나 했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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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가 매달 사상 최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내수 시장 점유율 5%(5만 대 이상)는 무난하다. 체감 경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값 비싼 수입차 판매가 늘어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바로 오토리스 때문이다. 현재 법인·개인사업자·전문직 등을 대상으로 한 오토리스는 전체 수입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오토리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목돈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토리스는 차값의 20~30% 정도인 보증금만 있으면 새 차를 뽑을 수 있다. 또 할부와 달리 빌려 타는 개념이라 계약이 끝난 뒤 중고차 처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법인·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운용 리스는 대차대조표상 부채로 잡히지 않고 리스료가 손비 처리되는 절세 혜택까지 있다.

 특히 과거 고가의 수입차는 주위의 시선도 부담스럽지만 세무 당국의 타깃으로 잡힐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바뀐 데다 운용 리스 차의 법적 소유주는 리스사이므로 굳이 소득 수준의 노출을 꺼려 국산차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운용 리스라고 다 같지 않다. 몇 년 전만 해도 업체별로 금리가 연 6~13%로 큰 차이가 있었다. 1억원짜리 수입차를 36개월(보증금 30%)로 리스하면 월 납입액이 16만원까지 차이 났다. 하지만 최근 리스 업체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리 차이가 2~3%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아직도 리스 업체마다 분명히 차이가 있다. 해당 업체에 리스 계약을 연결해 준 수입차 영업사원에게까지 리베이트(소개료)를 제공해야 하는 등 부대비용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계약자 입장에서 마치 수입차를 사기 위해 여러 차종과 딜러를 저울질하면서 가장 유리한 조건을 찾아내듯이 리스도 그렇게 해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리스와 관련, 수입차 업체는 크게 자체 파이낸셜 서비스 기능을 갖춘 곳과 금융기관과 제휴하는 곳으로 나뉜다. BMW·크라이슬러·인피니티·렉서스·메르세데스벤츠 등은 계열사로 파이낸셜 서비스를 두고 있다. 이들은 수입차 공식 딜러망을 통해 리스 프로그램까지 한꺼번에 제공할 뿐 아니라 비정기적으로 파격적인 리스제를 실시한다. BMW 523i(6520만원), 메르세데스벤츠 MyB(3690만원)를 각각 월 55만8379원, 39만90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특별 리스가 대표적이다.

 반면 푸조는 LG카드와, 포르셰는 한미캐피탈과 제휴해 리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밖에 현대캐피탈·대우캐피탈·삼성카드·CHN캐피탈·하나캐피탈·오릭스 등의 전문 리스 업체가 있다. 이 중 현대캐피탈·대우캐피탈·LG카드가 국내 수입차 리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빅3다.

 각 리스 업체의 리스비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보증금 30%, 잔존가치 30% 조건으로 36개월 운용 리스 견적(표 참조)을 조사해봤다. 등록세ㆍ취득세 등의 부대비용을 제외한 순수 차값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공식 자료로 가공된 수치가 아닌 실제 계약이 가능한 조건이다.

월간 스트라다 박영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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