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신교 첫 여성 비숍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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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베를린=유재식 특파원】독일 신교 사상 처음으로 여성 감독 (비숍·구교의 주교에 해당함)이 탄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루터파 신교도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 북부 함부르크 구역을 관장하는 루터파 개신교 북 엘베 지방 종교회의는 지난 4일 마리아 옙센 함부르크-하르부르크 교구장 (47·여)을 함부르크 구역의 감독으로 선출했다.
이로써 2백8개의 교구에 3백34명의 목사와 94만명의 신도를 가진 함부르크 구역은 앞으로 10년간 여성 감독의 관할이 되었다.
옙센 감독의 선출은 독일 교회사 및 여성 운동사에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간 신·구교를 막론하고 여권 신장과 함께 교인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주교나 감독직이 여성에게도 개방돼야 한다는 논의는 꾸준히 계속돼 왔다.
그러나 여성 사제의 주교 서품을 원천적으로 불허하고 있는 가톨릭교나 그리스정교는 물론 신교 쪽에서도 남성 우위의 보수적 벽 앞에 여성의 감독 진출은 번번이 좌절돼 왔다.
옙센 감독에 대한 독일 여성계의 기대는 특히 크다.
또 현재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 낙태 문제와 관련, 『낙태가 죄악임은 분명하지만 낙태여성을 전과자로 만드는 형법 218조의 낙태 규정은 폐지돼야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여성 단체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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