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43년 만에 '일제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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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의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일제고사인 '전국학력평가'가 43년 만에 부활돼 24일 실시된다. 전국의 초등학교 6년생과 중학교 3년생 240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평가는 국어(일본어)와 수학 등 두 과목에 한해 실시된다. 국.공립 학교 중에는 시험 불참을 선언한 아이치(愛知)현 이누야마(犬山)시의 14개교를 제외한 전국 3만여 개 학교가 시험을 치르며, 사립학교는 60% 정도가 평가에 참여한다.

이번 학력 평가는 수업시간과 학습량을 줄이고 학생들의 자발성을 존중하는 이른바 '여유 교육'이 학생들의 실력 저하를 불러왔다는 비판에 따라 문부과학성의 주도로 부활된 것이다.

표면상의 목적은 일선 학교에서 실시되는 수업이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한 기초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다. 공식 명칭도 '전국 학력.학습 상황 조사'다. 하지만 실제 목적은 학교별.지역별로 학생들의 평균점수를 비교함으로써 교육현장에 경쟁의식을 도입하는 데 있다. 문부성은 9월 전국 4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평균점수를 발표한다. 학교별 평균점수를 발표하는 것은 각 기초자치단체의 자율에 맡겼다.

2005년 학력평가 부활을 결정한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당시 문부상은 "경쟁 풍조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 학력 비교평가에서 일본 학생들의 점수가 크게 떨어져 사회적 충격이 컸던 때였다.

전국 일제고사는 1961년부터 64년까지 4년간 실시된 뒤 무작위 표본평가로 전환됐다가 66년에는 완전 폐지됐다. 일선 학교의 과도한 경쟁이 각종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의해서였다. 당시 각 학교가 평균점수를 높이기 위해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의 결석을 은연중 유도하고 ▶감독 교사가 정답을 알려주거나 ▶부정행위를 눈감아주는 등의 '비교육적'사례가 일어났다.

일본 법원은 68년 2심까지 정부에 의한 학력평가를 위법이라 판결했으나 76년 최고재판소는 합법 판결을 내렸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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