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지하철공사로 “수맥 절단”/화훼농민들 폐농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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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물안나와 난등 말라죽어/서울대공원 수목도 “시들시들”/수서서도 발생… 공사때 지하수 영향평가 시급
지하철 과천선(금정∼사당) 복선전철 구간중 과천시 과천동 경마장역 구간공사로 지하수맥의 유로가 바뀌는 바람에 인근 화훼단지·서울대공원이 심각한 용수난을 겪고 일부 농가는 폐농 위기까지 맞고 있다.
이에 따라 공사주체인 철도청과 피해농민·서울대공원측이 원인규명·응급대책에 나서 기왕의 관정을 최고 1백m까지 깊이 파는등 소동을 벌이고 있으나 용수 부족이 2년째 계속돼 수목고사등 심각한 영향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수맥의 인위적인 차단·봉쇄 등에 따른 유로변화는 장기적으로 볼때 중대한 생태계 파괴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각종 건설사업의 환경영향평가때 지하수에 대한 체계적 영향조사와 대책마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피해=과천시 과천동 경마장 인근 화훼단지 농민 40여명은 지하철공사 시작후인 90년 11월부터 화훼 급수시설인 관정이 고갈되는 피해를 겪고 있다.
경기남부절화생산자조합 과천시분회 이경수 총무(42·과천동 144)는 『지하철공사 이후 관정 1개에 하루 10t내외 나오던 지하수가 1t도 나오지 않아 제때 물을 줄 수 없어 난초등 각종 꽃의 성장이 멎고 병이 발생해 수확량이 3분의1 이하로 격감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철도청에 낸 진정서에서 『지금까지 3만여평의 비닐하우스에서 3억8천만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이대로 갈 경우 생업터전을 잃을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부근의 서울대공원도 91년초 하루 1천5백t의 지하수가 나오던 관정 10개가 고갈돼 공원내 수목급수에 큰 곤란을 겪고 있다.
◇응급조치=농민들의 항의·호소가 잇따르자 철도청은 지난해 11월 1개공에 30만원씩 6천6백만원을 들여 2백20개 관정을 기존의 7∼8m 깊이보다 더 깊은 30m 깊이로 설치해주기로 화훼단지 농민들과 합의,이중 2백1개를 설치했다. 또 서울대공원내 30m 깊이 관정 10개를 2억여원을 들여 1백m 깊이로 설치하는 공사를 2월에 착공,6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화훼농민들의 경우 새 관정을 설치한 이후에도 용수고갈현상을 계속 겪고 있으며 서울대공원도 급수난이 해결될지 불투명한 형편이다.
◇문제점=철도청이 지질조사·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아 해발 5백32m인 청계산 방면에서 흘러오는 지하수맥이 끊겨 근본적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공원의 의뢰를 받은 농어촌진흥공사가 지난 7일 낸 지질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하철 터파기공사로 지하수 유로가 변경됐고 공사중 유출되는 지하수를 지표로 양수해 자연수위 강하현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하수맥 단절소동은 지난해 11월 서울 수서지구에서도 있었으며 다른 곳에서도 잇따를 가능성이 커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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