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돋보기] "바람피우면 이혼 후에도 처벌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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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그런데 두 달 뒤 김씨는 아내가 내연남 최모(41)씨와 같은 해 3월부터 10여 차례 간통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혼 뒤에야 아내의 불륜을 안 김씨. 그는 전 아내와 최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이들을 간통 혐의로 기소했다. 법적으로 남남이 된 김씨를 간통죄의 고소권자인 '배우자'로 볼 수 있을까. 대법원은 이를 인정했다.

대법원1부는 내연남 최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간통죄에서 배우자는 간통 행위가 발생할 당시의 배우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도 ▶간통죄 공소 시효(3년)가 지나지 않아야 하고 ▶간통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를 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이처럼 간통죄는 혼인이라는 특수한 인간 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구성 요건이 복잡하고 논란이 많다.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고(친고죄), 배우자가 용서를 하면 고소할 수 없게 되는 것 등이다. 이번 판결은 법규상 '배우자'에 전(前) 배우자도 포함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배우자가 이혼한 뒤 간통 사실을 알고도 계속 동거했을 때 간통을 용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대법원은 용서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3부는 간통 혐의로 기소된 조모(50)씨가 "이혼한 남편이 전 아내와 동거를 계속하고 호적 정리도 안 하고 있는 것은 간통을 용서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그 정도는 용서가 아니다"며 유죄(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간통을 용서하는 것은 배우자가 간통 사실을 확실하게 알면서도 혼인 관계를 지속하려는 진실한 의사를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했을 때 인정된다"고 밝혔다. 피해자인 배우자가 주위의 시선과 자녀 양육 등을 이유로 동거를 한 것 만으로는 간통에 대한 악감정을 버리고 고소를 포기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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