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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 월드컵공원은 '야생 동식물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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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멸종 위기 야생동물인 물장군과 남생이가 서울 월드컵공원(옛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강 하류에 사는 고라니도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공원에서 카메라에 잡혔다.

서울시 월드컵공원관리사업소는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월드컵공원 안의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동물 410종, 식물 451종이 공원 안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2일 밝혔다. 사업소 측은 2003년 이후 매년 월드컵공원 생태계를 조사해 오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월드컵공원에선 물장군.남생이.맹꽁이.왕은점표범나비 등 멸종 위기 야생동물(2급) 6종과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등 모두 16종의 법적 보호 동물이 발견됐다.

물장군과 남생이가 월드컵공원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희귀 수서 곤충인 물장군은 강화도와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만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에서는 우면산에선 한 차례 발견된 적이 있다. 남생이는 서울에서는 고덕동.암사동.밤섬 같은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만 관찰돼 왔다.

멸종 위기 야생동물인 맹꽁이의 숫자도 2005년에는 5마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200마리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황소개구리와 붉은귀 거북은 이번 조사 때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애완용으로 수입돼 가정에서 키우다 놓아준 것으로 추정되는 그린 이구아나 한 마리가 발견됐다.

월드컵공원관리사업소 이노성 환경보전과장은 "올해 조사 결과는 지난해와 비슷해 월드컵공원의 생태계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애완용 동물을 공원에 버리면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어 시민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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