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용 TV 한국서 수입/김일성 생일잔치 개인숭배 극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구서 옷감 10만벌 분량 사가/축하음식 준비로 개구리·오리·거북이 수난/미지 “공산주의 세계의 마지막 거대한 파티”
북한이 15일 김일성 주석의 80회 생일을 맞아 온갖 축제를 벌이고 선물주고 받기를 벌여 개인숭배의 극치를 보였다.
북한은 그동안 70회,75회등 5년,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마다 다른 해에 비해 축하행사를 성대히 해왔는데,이번 행사도 「전인민적 충성」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지난해보다 한달정도 앞선 3월초부터 시작된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를 마무리짓는 것을 비롯,수만명의 학생들에 의해 펼쳐질 대규모 매스게임등 다양한 축하행사를 가졌다.
5·1경기장에서 벌어진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 행사는 전국 21개 지점에서 출발한 최종주자들이 행사장에 입장,김주석에게 편지를 전달하면서 충성을 서약,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와 함께 80여개 예술단체 3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도 벌어졌다.
○…이에 앞서 북한은 14일 평양체육관에서 80돌 경축 중앙보고대회를 가졌다.
당·정·군간부 및 해외동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대회에서는 이종옥 부주석의 축하문 낭독,연형묵 총리의 경축보고가 있었다.
연총리는 보고에서 『우리당과 인민앞에는 주체의 사회주의 위업을 끝까지 빛나게 완성하며 나라의 통일을 하루속히 이룩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 임무를 성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김일성 동지가 개척하여 오신 길을 따라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 연총리는 남북간에 화해분위기가 성숙하고 있는 것도 전적으로 김일성의 현명한 영도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북한 전역에서는 김주석과 북한 주민간,김주석과 외국경축사절단간 등에 「선물주고받기」가 성행.
김주석의 오랜 동지인 시아누크공은 앙코르 양식의 수제컵을 선물했다는 얘기도 있다.
김주석은 이날 고기등 전주민에 대한 특별배급이외에 학생·어린이들에게는 옷한벌씩을 별도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물의 상당량은 한국으로부터 수입된 것이다.
○…15일 북한 김일성 주석의 80회 생일을 맞아 지난달 대구의 한복지 전문생산업체인 S사가 김주석 생일선물로 여성용 한복지 10만벌 분량을 북한으로 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에 따르면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들어간 한복지는 만주의 교포에게 생일선물을 마련해준 답례품으로 북한측이 선물하기 위해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의 수입을 대행한 중국업체는 『교포의 생활수준이 북한에 비해 높아 질이 우수한 한국의 한복지를 수입한다』고 밝혔는데 반출된 한복지는 국내수준에서는 중급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은 김주석 생일에 10억달러에 달하는 「선물」이 마련되었다고 전하고 있지만 국내 업계는 남북교역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생일특수의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상사들은 『4·15물자조달 계획에 맞춰 북한측이 제시한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아 상담이 결렬된 경우가 많았다』며 『생일선물 가운데 저가품은 중국산이,고가품은 일본산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복지 다음으로 생일선물로 북한에 반출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물자는 럭키금성이 지난달 북한으로 보낸 19인치 컬러TV 2천대.
북한에서 반입한 무연탄 4만t(1백60만달러어치)에 대한 대응물자로 비닐박막과 함께 반출된 컬러TV는 당연히 북한측의 요구대로 상표와 원산지를 떼내고 보냈는데 럭금측은 『어떤 용도로 쓰일지는 모른다』고 밝혔으나 김일성의 생일과 겹쳐 생일선물일 가능성이 가장 짙은 편.
○…삼성물산의 경우 소비재 완제품은 거의 없는 대신 섬유원료가 대북반출의 주류를 차지했고 코오롱상사는 임가공위주의 대북접촉이 많았던 점으로 미루어 종합상사 가운데 (주)대우가 생일선물의 반출 가능성이 가장 높으나 대우측은 이를 부인.
업계에서는 김우중 회장의 방북과 맞물려 『대우가 김주석의 생일을 그냥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 상당량이 반출됐다는 「감」을 잡고 있으나 대우측은 이를 부인.
○…한편 올해들어 북한의 대홍콩과 싱가포르 수입이 큰폭으로 늘고 있는데 무역진흥공사는 『수입된 물품가운데는 잡제품과 의류가 많아 김주석의 생일선물용이 많을 것』으로 추정.<안희창·이철호기자>
○…미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14일 떠들썩한 북한 김일성 주석의 80회 생일 기념잔치 계획을 보도하며 이를 『공산주의 세계의 마지막 거대한 파티』에 비유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정성들인 15일 축제가 군사행진,대운동장의 쇼,수백가지의 특별선물 등으로 호화롭게 마련되고 있음을 보도하고 이는 절망적인 경제와 오래도록 고통받은 시민들의 현실과는 크게 대조적이라면서 『공산주의 세계의 마지막 거대한 파티가 될 지 모른다』고 비꼬았다.
『많은 동물들이 자칭 「위대한 지도자」에게 존경을 표시하는 수단으로 희생될 것』이라고 보도한 이 신문은 또 북한 정부가 축제음식용으로 인삼,5천마리의 생개구리,3백마리의 생오리를 잡아오도록 시민들을 시골로 보냈다고 지적했다. 김일성의 아들이자 분명한 후계자로 생일잔치의 기획자인 김정일에게서 그 피가 성욕을 일으키는 최음효과가 있는 것으로 믿어지는 거북이를 잡아오도록 명령을 받은 군이 1천3백마리를 잡아 5백마리를 김정일에게 주고 나머지를 「위대한 지도자」에게 선물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정부도 2천3백만 모든 북한 주민들에 내복 네벌과 양말 4켤레,수건 1장,빨래비누 10개,세수비누 10개씩을 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 정부는 후퇴하는 경제로 이 물건을 모두 생산할 수 없어 조용히 수입하려 하고 있다며 한국도 주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뉴욕=박준영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