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시설」확충 불 댕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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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인니
『동남아가 한국을 쫓아오고 있다는 식의 사고는 잘못된 것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력은 우리보다 뒤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국민복지와 민주적인 생활태도 등은 오히려 우리보다 앞서있는 점도 있다. 주목할 것은 일본의 대아시아수출규모가 90년 이후 미국에 대한 수출보다 커졌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의 영향력이 아시아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동남아시아 주재 한 외교관은 『동남아시아를 한국의 경쟁상대로 의식,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이들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상호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고 말한다.
건으로는 한국과 동남아의 제품이 국제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동남아 자체보다도 동남아를 생산 기지화 함으로써 세계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일본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동남아시아의 최대 투자 국으로 자리잡고 내수시장 깊숙이 파고들고 있으며 동남아 전자· 자동차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은 지난 67년 인도네시아가 외국인 투자를 개방한 이후 제조업만 5백여 개 업체가 진출, 1백10억 달러를 투자해놓고 있으며 이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전체 외국인 투자 (4백70억 달러)의 23%에 해당하는 것이다.

<고용 증대· 분배초점>
인도네시아는 그러나 태국·말레이시아보다 일본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으며 이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정책적인 의지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인도네시아는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투자유치·허가기관인 BKPM을 만들어두고 있으나 외국인 단독투자는 허용치 않고 현지인과의 합작을 의무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또 일단 자국 내에 들어온 외국기업이라도 51% 이상의 주식을 투자진출 20년 이내에 현지 인에게 이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BKPM의 라시디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인이 경영권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투자를 유치하는 나라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고자세다.
인도네시아에 주재하고 있는 김진 상무관은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30∼40%씩 올리면서도 불과 1∼3개월 전에 외국업체에 통보해주고 있다』 고 말했다.
국내 현지법인의 한 간부는 『인도네시아정부는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으로 현지 적응을 요구한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경제가 낙후돼있지만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다른 사람의 물질적 풍요를 부러워하지 않는 회교문화의 영향으로 정부 역시 정치· 사회적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제개발을 무리하게 추진할 의도를 갖고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개발도상국가로서는 높다고 볼 수 없는 연평균 6%정도의 경제성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1억8천만 명에 이르는 인구와 풍부한 천연자원이 뿜어내는 성장 가능성은 동남아시아국가들 중에서 가장 크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경제개발 목표는 고용증대와 분배에 맞춰져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매년 2백만 명 이상의 신규 취업인구가 생겨나고 있으며 이들의 고용을 위해 매년 5%이상의 경제성장이 필요한 실정이다.
인도네시아의 가용 노동인력은 7천8백만 명에 이르고 있으나 전체의 절반 가량이 불완전 고용상태에 있다.
그만큼 외국업체로서는 값싼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경제는 다른 동남아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사회간접자본의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높은 인플레에 따른 금융긴축으로 이자율(25%내외)이 높아 외국업체들이 투자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은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만 뛰어들어 인도네시아는 이에 따라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에 외국기업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한국기업도 공단 조성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자카르타근교 베카시에 60만 평 규모의 공단을 지난 90년부터 조성, 한국 등 외국 투자업체를 대상으로 분양중이다.
베카시에는 현대 이외에도 일본의 마루베니·스미토모상사와 대만·인도네시아업체가 공사를 진행중이며 총 규모는 5백10만평에 이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특징은 사회주의국가가 아니면서도 토지공 개념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토지의 개인 소유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며 외국기업도 토지소유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정부는 외국업체에 토지이용권을 최고80년까지 빌려주고 있어 사실상 반영구적으로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베카시 공단 조성책임자인 이대곤 상무는 『비록 토지는 소유할 수 없지만 투자기업의 입장에서는 최고 80년까지 빌려줄 수 있고 기간 중에는 다른 사람에게 이용권을 넘길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고 말하고 『중국계 합작 선들이 자신들의 토지에 공장을 유치하려 하고 있으나 공단에 입주하는 것이 안전하고 전력사정도 낫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의 공단사업을 빼고는 인도네시아 사회간접자본사업에 대한 한국업체의 참여는 전무한 실정이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30여 개의 대규모 사회간접 자본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자본부족으로 외국업체가 투자한 뒤 일정기간 이익을 챙기도록 하는 BOT방식을 도입하고 있는데 자본력이 달리는 한국업체는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 상무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전력공사는 일본이 차지하고 있다』며 『일본의 스미토모상사는 최근 45억 달러 짜리 전력 공사를 따냈다』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이 상무는 또 『현대도 60만kw급 발전소 2기를 인도네시아로부터 요청 받았으나 금융지원이 안돼 놓쳤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중 하나는 싱가포르와 함께 추진중인 바탐 섬 개발이다.

<빈탄 섬까지 개발>
바탐 섬 개발은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가 공동으로 추진하고있는 이른바 「성장의 삼각지대」 개발사업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성장의 삼각지대는 말레이시아 최남단 조호르주와 싱가포르 섬· 바탐 섬을 이으면 삼각형이 그려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싱가포르의 자본과 기술,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인력을 결합해 동남아시아 경제의 성장활력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9만 명인 바탐 섬의 인구가 개발이 본격화되는 2000년에는 8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인도네시아는 우선 바탐 섬 1백50만평만을 공단으로 조성하고 있으나 앞으로 이웃 빈탄 섬까지 관광지 등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빈탄 섬의 개발규모는 공단(2천4백만 평)과 관광지를 합쳐 8천4백만 평에 이르고 있다.
공장용지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타산지석이 될만한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종합상사의 한 간부는『성장의 삼각지대 개발 계획은 아직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개발이 완료되면 동남아시아경제성장의 상징이 될 것』 이라고 말하고 『이곳의 다국적기업이 생산하는 상품들은 가뜩이나 동남아산 일본제품에 밀려 세계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한국의 목을 조르게 될지도 모른다』 고 우려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종합상사의 한 간부는 『성장의 삼각지대 개발계획은 아직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개발이 완료되면 동남아시아 경제성장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이곳의 다국적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들은 가뜩이나 동남아산 일본제품에 밀려 세계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한국의 목을 조르게 돌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글|길진현 특파원 사진|장남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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