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명세 「빨리 찍기」명수로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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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명세 감독(1957년 생) 은 데뷔작『개그맨』(88년) 이후 2년만에 발표한『나의 사랑 나의 신부』(90년)의 흥행적 영화적 성공으로 돌연 각광을 받는다.
박중훈· 최진실이 나와 신혼의 아기자기함을 그린 이 영화는 개봉극장에서 관객 23만 명이 드는 기염을 토하고 여러 가지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탄다. 그 중 이명세 자신은 대종상· 청룡상· 춘사상· 아태 영화제에서 각각 신인 감독 상을 타고 영평상에선 오리지널 시나리오 상을 탄다. 겨우 작품 두개 발표한 신인감독으로선 더 바랄 수 없는 영광이랄 수 있다.
그는 지금 세 번째 작품으로 역시 자신이 쓴 오리지널 시나리오 『첫 사망』을 곧 크랭크인해 5개월 후에 완성할 작정이다. 이 영화도『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제작한 삼호 필름(대표 박효성)이 제작한다. 영화사 쪽에서는 벌써 작년께부터 계약하자는 제의가 있었으나 이명세 자신이 각본이 완성되지 않아 선뜻 응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우물쭈물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준비기간은 1년쯤 걸리나 촬영 자체는 굉장히 빠른 편으로 데뷔작 『개그맨』의 촬영기간은 1개월, 제2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의 촬영기간은 2개월이었다. 이번 제3작도 촬영기간은 3개월로 잡고있다. 감독의 작업 스타일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습관으로 특히 영화사에서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촬영기간이 짧으면 그 만큼 진행 비 지출이 덜 들기 때문이다.
유명한 감독이 작품 하나 찍는데 1년, 2년 걸리면 영화사는 죽을 지경으로 웬만한 영세 (?) 영화사는 그러한 제작기간 안에 부도가 나 망하는 경우가 있다. 요새는 영화사들이 대체적인 규모는 갖추고 있어서 그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지만 50년대엔 그러한 상황이 속출했었다.
지금도 영화사가 빨리 찍기에 능한 감독을 선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만큼 경비 절약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유명한 감독들 중에서도 1백 편 내외의 작품을 연출한 사람들은 대개가 단시일에 영화 한편을 뚝딱 만들어내는 빨리 찍기의 명인( ? ) 들이라고 봐도 별로 빗나간 시각은 아닐 것이다. 제작자의 요구대로 그러한 빨리 찍기 경주에서 용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이 대체로 오늘날의 명감독들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명세는 감독으로서 유리한 체질의 소유자라고 볼수 있을 것 같다. 긴 준비기간, 짧은 촬영기간은 영화제작에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다만 준비기간 중에도 영화사가 어떤 형식이든 생활비를 지불할 때 비로소 이것이 좋은 것이지 그렇지 않을 경우엔 감독만 생활고로 허덕이게된다. 감독은 계약하고 소정의 연출료를 받아야 돈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명세의 수련기라고 할 수 있는 조감독 기간은 근10년이 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이장호 감독 연출 부에 들어간다. 이때 배창호가 세컨드(제2 조감독)로 들어오는데 그 시기는 짧았다. 『갑자기 불꽃처럼』을 막 크랭크인했는데 이틀간 찍고 중단됐다. 이장호가 대마초 사건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후에 홍파 감독이 만들어 79년에 발표된다.
그러자 이명세는 김수용 감독 연출 부에 들어가 『빨주노초파남보』(79년), 『달려라 만석아』(70년) 찍는 것을 거들며 배운다. 그리고 군대에 들어가 3년간 복무한다. 제대 후엔 이미 감독이 되어있는 배창호 연출 부에 들어가 『철인들』(82년)찍는데 세컨드로 뛴다.
그후엔 홍파 감독 연출 부에 들어가 『외출』(83년) 찍는 것을 거든다. 김지미가 주연한 이 영화는 홍파가 직접 제작· 감독해 흥행에 성공, 웅장한 집까지 지었었다. 그러나 그는 그후에 제작·감독했던『몸 전체로 사랑을』의 흥행 실패로 새로 지었던 집을 날린다. 홍파는 자신의 시나리오· 논픽션 등이 신문· 잡지 현상공모에 당선되어 귀재 소리를 듣던 사람으로 조감독 경력 없이 곧바로 감독을 했었다 .
이명세는 그러고 나선 배창호의 조감독이 되어 『고래사냥』 『황진이』 『기쁜 우리 젊은 날』 『안녕하세요 하나님』등 일련의 작품에서 뛰고 비로소 『개그맨』으로 데뷔한다. 『개그맨』에선 배창호가 우정 출연해 얼빠진 듯 절묘한 연기를 보여 어떤 영화제의 조연상 물망에까지 올랐었다. 이명세의 제3작『첫 사랑』은 여러 가지 견지에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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