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KAIST 교수직 9년 만에 사표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창업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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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소프트웨어(SW)업체인 티맥스소프트의 박대연(사진.51)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지난달 9년 동안 몸담았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떠났다. 티맥스소프트 연구개발(R&D) 센터가 있는 경기도 분당과 충남 대덕 단지 내 KAIST를 오가던 생활을 청산하고 회사 일에만 전념하기 위해서다.

박 CTO는 회사 창립 10주년을 맞아 19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년쯤 뒤 학교를 그만두려했는데 예상보다 회사 일이 많아져 강의를 함께 하기 힘들어졌다"고 사직 이유를 밝혔다. 그는 "올해는 티맥스소프트가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늦어도 내후년까지 미국 나스닥 시장과 국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티맥스소프트는 올해 초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현지 법인을 세웠다. 7월까지 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뽑아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1997년 설립한 티맥스소프트는 기업 SW를 만들어 왔다. 신한은행과 SK텔레콤의 차세대 전산 시스템에도 이 회사 제품이 들어갔다. 지난해 635억원의 매출에 7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매출액 기준으론 국내 SW업체 중 가장 크다. 박 CTO가 전체 지분의 52%를 갖고 있다.

박 CTO는 기술 개발 욕심이 무척 많다. 컴퓨터 운영체제(OS) 위에서 돌아가는 미들웨어에다 기업용 데이터 관리 SW를 내놨고, 오는 9월엔 서버용 OS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엔 직원 5명으로 팀을 만들어 인터넷 검색엔진 기술 연구에도 착수했다. 박 CTO는 "목표는 (세계 1위 검색업체) 구글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여러 분야를 손 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IBM과 오라클 등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하는 티맥스소프트가 국내 시장에서 한가지 제품에만 매달렸다면 예전에 망했을 것"이라며 "다양한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만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SW를 만들 수 있다"고 답했다.

박 CTO는 "전산시스템의 서버와 운영체제를 교체해도 기존 프로그램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SW는 티맥스만이 갖고 있다"며 "일본의 대형 금융회사에도 이 SW를 성공적으로 설치해 조만간 공식 발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안이 어려워 야간 중.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은행에 입사해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다 32살의 뒤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 8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결혼도 잊은 채 SW 연구개발에만 매달리는 그는 세계적인 공과대학을 설립하는 게 일생의 목표다. 박 CTO는 "나스닥 상장이 성공하면 사재를 털어 공과대학 설립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며 "뛰어난 인재가 학비를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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