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롭고 신뢰받는 신문을 위해(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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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일로 36번째를 맞는 올해 신문의 날 표어는 「사회에는 정의를,독자에겐 신뢰를」이다. 여기에는 오늘날의 신문이 사회정의를 구현함에 있어서 과연 맡은바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독자로부터는 사회공기로서의 신뢰를 얻고 있는가 하는 자책과 자성의 의미가 담겨있다.
많은 사람들이 6·29이후 민주화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리고 있는 부문으로 서슴없이 언론을 꼽고 있다. 우리로서도 이러한 견해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과연 우리의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 있는가 하는데 여전히 의문이 남지만 지난 시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자유의 폭이 엄청나게 커진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민주주의의 요제가 언론의 자유이고 언론자유의 궁극적인 수혜자는 결국 국민이라고 볼때 언론자유의 이러한 신장은 고무적이며,앞으로 더 높은 수준의 언론자유를 위해 언론과 국민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미 사회 일각에선 언론자유의 신장에 따라 언론독재니,언론권력이니하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신문을 포함한 언론기관들이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할 언론의 자유를 언론기관의 자유로 착각하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는 이런 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의 자료로 삼고자 한다.
확실히 그동안의 언론은 어느새 스스로가 권력의 일부가 되고 기득권자의 하나가 되어 아직도 숱한 사회의 불의와 불평등에 맹목이 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오보나 불충분한 보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간접으로 피해를 주고 있음도 부인할 도리가 없다.
뿐만 아니라 걸핏하면 흥미위주의 선정주의에 빠져 사물의 본질이나 역사의 흐름을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데 미흡했던 것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는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선거보도에 있어서도 누가 유리하냐 하는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이른바 경마저널리즘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현재 신문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날로 격화되는 신문의 경쟁이나 이로 인한 신문의 경영난을 들어 변명할 생각은 없다. 이런 문제는 기본적으로 신문 스스로가 해결할 문제이지 독자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언론의 자유는 상처받기 쉬운 자유임을 독자들이 알아주었으면 한다. 언론의 자유가 신장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외부로부터의 유·무형의 압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데는 역시 독자뿐이다. 우리는 자성을 통해 정의롭고 독자의 신뢰받는 언론으로서의 사명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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