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총기 난사 사건' 한국에서 일어난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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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공대 참사'는 미국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교포 학생 조승희씨는 지난 16일 공학부 건물 2층 강의실들을 돌아다녔다. 권총 글록(Glock) 9mm과 월서(Walther) 22mm를 양손에 들고 20여분 동안 수십발의 총알을 발사했다. 순식간에 본인을 포함한 33명의 희생자를 냈다. 영화 같지만 실제 상황인 이 사건이 만약 한국에서 일어난다면 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총기 난사를 할 수 있을 만큼 성능이 좋은 총과 수십여발의 탄환을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총기 접근성=군인이나 경찰 등 특수한 직업을 가진 경우를 제외한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총은 공기총이나 엽총 뿐이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엽총과 공기총은 21만6000여정으로 일반인이 이를 소유하려면 총기 출처 증명서와 범죄경력, 정신병력, 신체검사 등을 거쳐야 소지 허가증을 교부받을 수 있다. 소지 허가를 받더라도 모두 집에 보관할 수는 없다.

5㎜ 구경 이하의 공기총은 원하는 장소에 보관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모두 관할 경찰서의 지구대에 영치해 놨다가 수렵 기간에만 꺼내 쓸 수 있다. 실탄 사격장에서 사용되는 총기가 외부로 유출되는 경우도 드물다. 전국적으로 96곳의 사격장이 운영되고 있지만 총기나 탄환이 외부로 유출된 것은 작년 10월 국민은행 현금강탈 사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사격 및 사격장 관리법'은 사격장 관리자가 실탄 도난을 예방하기 위해 10발을 쏠 때마다 탄피를 수거해야 하고 총기를 닦거나 수리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철사로 연결된 고정대에 묶어 놓도록 되어 있으며 청원경찰이 지키고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무조건 도망쳐라=일반인이 총기류에 접근하기 힘든 만큼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만약 버지니아공대 사건과 같이 살인범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학생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대학 캠퍼스 내 폭력사건에서 살아남은 학생에 관한 책을 저술한 존 니콜레티는 17일 미국 ABC방송 인터넷과의 인터뷰에서 "첫번째 선택은 밖으로 나가 도망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두번째 선택은 문을 잠그고 범인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를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니콜레티는 "이럴 경우엔 문을 잠그고 바리케이드를 친 후 그곳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버지니아공대 사건처럼 범인이 문을 통해 총격을 가할 경우면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범인은 잠긴 문을 열려고 시도하면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더 쉬운 다른 공격 목표로 이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 숨어서 몸을 최대한 평평하게 낮추는 것, 죽은 척 하는 것, 범인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 등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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