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 도난사건/“배후에 사기범죄 조직”/막바지 접어든 검찰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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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조과장 동생에 전달한듯”/동생 경영 건설회사 부도에 몰려/시험지 빼내 한탕할 계획가능성/허겁지겁 사건 숨기려 끝내 자살
서울신학대 입시문제지 도난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검찰은 도난사건과 관련,횡령혐의로만 구속기소된 전서울신학대 경비원 정계택씨(44)가 최근 자살한 조병술 전경비과장(56)이 직접 시험지를 훔쳐 동생 병길씨(46)에게 건네주었다는 결정적인 진술을 받아내고 시험지 특수절도 혐의 추가기소에 막바지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사건당일인 2월21일 아침 조병길씨와 검은색 안경을 낀 40대 남자가 학교로 찾아와 『형이 시키는대로 하지않으면 가족을 몰살시키겠다』고 자신을 위협했다는 정씨의 진술을 중시,이 40대 남자의 신원규명에 나섰다.
검찰은 시험지 도난과 국과수 허위감정 사건에 조병길씨가 동시에 연루되어 있는 점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판단,색안경의 40대 남자가 조씨를 포함한 사기범죄 조직의 일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조씨 주변인물과 국과수 사건 연루자에 대한 정밀수사를 벌여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당초 3일로 예정되었던 정씨의 횡령혐의 첫 공판을 17일로 연기,최대한 시간을 확보하며 조병길씨의 자백과 40대 인물의 신원규명등 특수절도 추가기소를 위한 증거보강 수사에 전력하고 있다.
검찰은 ▲조씨가 경영하던 건설회사가 도난사건 직전 부도나 자급압박에 시달린 점 ▲조씨등이 전과가 많고 각종 소송 등을 벌여왔던 지능범 이라는 점 ▲조씨가 S건설 사장으로 있던 당시 시공중이던 아파트 공사장에 정씨가 인부로 일해 평소 잘 알고 있던 점 등으로 미뤄 정씨의 진술이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경비과장 조씨의 자살이 자책감과 함께 동생의 사건연루를 은폐하려는 것이었고 조과장이 도난현장인 본관 어느곳에도 들어갈 수 있는 마스터키를 소지하고 있던등 여러 정황증거로 미뤄 조과장이 동생의 지시에 의해 경비원 정씨를 포섭,시험지를 빼낸뒤 학교 뒷산 등 약속장소에서 조과장이 동생 병길씨 또는 하수인에게 건네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조씨의 경우 후기대 입시를 치르는 친인척이 없으며 따라서 입시문제지를 빼내달라는 수험생 학부모의 부탁을 받았거나 반대로 형이 경비과장으로 재직중인 사실을 이용,시험지를 빼낸뒤 구매자를 물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조씨는 자신의 구속이 국과수 허위감정을 언론에 제보한데 따른 검찰의 「괘씸죄」때문이었다고 주장하며 『일체 관련이 없다』고 범행 관련사실을 완강히 부인,검찰은 결정적인 범행 연결고리인 조과장이 이미 숨진상태라 정씨 진술의 신빈성을 확보하는데 애를 먹고있다.
검찰은 최악의 경우 정씨의 최근 일관된 진술이 담긴 피의자 신문조서와 정황증거만으로 정씨를 기소한다는 방침이지만 증거로 채택이 가능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경우도 반드시 유죄의 증거능력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만의 하나 「무죄 선고」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씨가 최근 일관된 진술을 하고있지만 당초 여러번 진술을 번복한 점을 이용,『검찰이 작성한 시나리오를 강요,수긍했을 뿐』이라고 법정에서 진술해 자백의 임의성을 부정당하는 사태도 검찰은 고려치 않을 수 없는 상태.
이미 윤노파 살해사건·정재파군 사건에서 무죄선거로 수모를 겪은 바 있는 검찰로서는 대입시험지 도난이라는 국민적 관심사건을 해결,검찰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가라는 기로에 서게됐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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