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다마 SK텔레콤 … 김신배 사장, 직원에 자성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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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이 16일 사내 게시판에 임직원의 자성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최근 회사에 악재가 잇따라 발생한 데 대해 준엄한 경고를 한 것이다.

김 사장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경기도 분당 사옥을 찾아 첨단 이동통신(TD-SCDMA)을 시연한 10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선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고객이 차를 몰고 돌진한 사고가 난 사실을 언급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날은 중국 사업의 밝은 미래를 본 의미 있는 날이기도 하고, 기업 이미지에 손상을 입은 안타까운 날이기도 했다. 그날 밤 수많은 고민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1등이라고 자만하면 고객은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다. 고객가치 혁신을 한다는 회사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라며 개탄했다. 김 사장은 미래 성장에 치중하고 '항상 1등'의 오만한 자세를 가지다 보니 정작 현재의 고객에겐 소홀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결과엔 29개 사건과 300개 징후가 숨어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1:29:300)'을 예로 들어 "대형 사고는 갑자기 발생하는 게 아니다.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더 노력하면 어떤 사고든 예방하고, 열정적인 고객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신배 SKT 사장의 글

김 사장은 또 위기 의식을 가지라고 촉구했다. SK텔레콤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KT.KTF 등 KT그룹이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정부의 통신정책과 시장 환경이 1등인 SK텔레콤에 불리하게 돌아간다"며 "1위 아성이 한순간의 방심으로 무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 만큼 임직원 모두가 고통을 감내하고, 전사 역량을 모아 대고객 서비스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의 글은 "진정으로 고객에게 사랑받고 국민에게 존경받는 SK텔레콤이 되도록 노력하자"는 당부로 끝맺었다.

김 사장의 글에 임직원들은 "반성의 계기가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회사의 한 직원은 "자동차 돌진 사고를 간과하지 말고 개선할 사항을 찾아 즉각 반영하라는 사장의 너그러운 질책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애사심을 갖고 업무를 더욱 꼼꼼히 챙기겠다"고 했다.

SK텔레콤은 고객의 차 돌진 사고가 났던 다음 날엔 협력회사 직원이 경쟁사인 KTF의 기지국 장비를 훼손하는 사고를 내 16일 KTF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17일엔 홍콩의 정보통신전문지 텔레콤아시아와 미 시장조사기관 IDC가 공동 선정하는 텔레콤아시아 어워드에서 '아시아 최고 통신사'로 선정됐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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