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러시아에서도 통하는 ‘재벌-섹시가수’ 결혼 공식

중앙일보

입력

2004년 방한한 바 있는 ‘누 버고스 (Nu Virgos)’라는 우크라이나 출신 3인조 러시아 여성 그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룹 누 버고스는 당시 쇼케이스에서 댄스곡 뿐만 아니라 발라드곡도 섹시하게 불러 수많은 팬과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러시아 현지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누 버고스의 데뷔 당시 그룹명이자 현재까지 러시아권에서의 그룹명은 비아그라(Виа Гра)이다. 즉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와 이름이 같다.

물론 ‘비아 (보컬)’라는 러시아어와 ‘그라 (앙상블)’라는 우크라이나어의 혼합으로 ‘보컬 앙상블’이란 그럴듯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긴 하지만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를 연상시키는 그룹명은 팬들이 보기에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러시아 내에서는 섹시한 그룹의 대명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더불어 그들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따라붙는 멘트 ‘모든 남성들이 꿈꾸는 여성그룹’이란 설명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각각 금발·갈색·밤색 머리를 트레이드마크 처럼 휘날리며 무대를 누비는 이 여성그룹은 데뷔 7년차의 장수 그룹이기도 하다.

최근 이 그룹의 멤버인 베라 브레쥐네바가 러시아 신흥 재벌을 의미하는 ‘올리가르흐’ 중 한 사람인 이고리 콜로모이스키와 결혼을 앞두고 있어 러시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재벌가와 연예계 스타의 결혼은 세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소재이다.

러시아 언론의 반응은 우리처럼 ‘만남에서 결혼까지’와 같은 식의 분석적인 내용은 없다. 단지 담담하게 ‘이고리는 베라에게 20만 달러(약 1억 8000만원)짜리 메르세데스 벤츠를 선물함으로써 청혼을 했다’는 식의 매우 담백한(?) 기사를 내놓을 뿐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위화감을 조성할 만한 내용이고 결혼 당사자들도 대부분 피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있는 러시아인’ 특유의 자연스러운 과시욕이자 그런 과시욕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의 정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 두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된다면 결혼식에 들어간 천문학적인 비용과 화려함 등에 대한 내용의 기사들이 줄줄이 이어질 것이다. 물론 그러한 기사는 러시아인들도 내심 기다리는 아이템이다. 특히 ‘벤츠 탄 올리가르흐’를 기다리는 여성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손요한 [www.russiainfo.co.kr/tt/]

*이 글은 블로그 플러스(blogplus.joins.com)에 올라온 블로그 글을 제작자 동의 하에 기사화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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