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생각은…

농촌 지원 방식을 확 바꿔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농.축산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가장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다. 당연히 정부는 농.축산업의 구조조정과 농가소득 보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방식으론 안 된다. 김영삼 정부 시절 쌀 개방 이후 농업 구조조정과 농가소득 안정대책으로 42조원 규모의 농어촌 종합대책을 세우고 매년 1조5000억원의 농어촌특별세를 신설해 10년간 15조원의 재원을 투입했다. 김대중 정부 때도 45조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일부 성과는 있었으나 농가소득은 여전히 쌀 의존도가 높고 농가는 많은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가가 빚을 갚지 못해 신용보증기금이 대신 갚은 금액이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막대한 돈을 농어촌에 투입했음에도 이렇게 된 것은 대부분의 돈을 농업 분야에만 투입했기 때문이다. 농가가 농업으로 소득을 올리려면 농산물의 국내 소비나 수출이 늘어나야 한다. 가격만 비교하면 국내 농산물이 외국 농산물에 비해 2~5배 비싸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결국 품질로 경쟁할 수밖에 없지만 단기간에 모든 농가가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농업소득 증대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농업 외 소득원 개발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대만의 농가는 우리나라 농가보다 소득이 많은데 주로 농업 외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 2004년 일본의 농업 외 소득 비중은 64%, 대만은 78%인 데 반해 우리는 32%(2005년)에 불과하다.

우리 농가의 농업 외 소득 비중이 낮은 원인은 농림부와 농업 전문가들이 농어촌 대책을 주도하다 보니 농가소득 문제를 농업을 통해서만 풀려고 했던 점이 적지 않다. 농촌 후속대책으로 책정된 예산을 주로 농업에 투자하니까, 수요 창출은 안 되는 상태에서 유리온실 지원과 같은 생산기반을 늘리는 투자가 늘어나 생산 과잉과 농가부채 증가라는 결과를 가져 왔다.

예컨대 1980년대부터 농촌에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추진한 농공단지의 경우 전국 345개 단지 5001개 기업의 2006년 입주 기업 운전자금 융자금이 단지 한 곳당 5000만원도 안 되는 125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쌀 소득 보전 직불제로 1조6762억원을 융자금이 아닌 보조금으로 책정하면서 농공단지 입주 기업 지원에 소홀한 이유는 소관 부처가 산업자원부이기 때문이다. 5000억원의 재원을 농공단지 입주 기업에 보조금으로 준다면 많은 공장이 농촌에 유치되고, 일자리 증가에 따른 농가소득 증대와 농촌 지역 발전 효과는 다른 농업 지원 시책보다 클 것이다.

농어촌 후속대책의 핵심은 농가소득을 안정적으로 증가시키는 데 있다. 물론 전업농 육성, 품종 개량 등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농촌 지역에 공장 유치, 관광 개발, 농촌 인프라 확충 등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농업 외 소득원 개발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종합적인 농어촌 대책을 세우기 위해선 재정경제부 장관인 경제부총리가 대책 수립부터 챙기고 종합 조정해야 한다.

최종찬 롯데그룹 고문 전 건설교통부 장관

*** 바로잡습니다

4월 17일자 33면 '농촌 지원 방식을 확 바꿔라' 기고문에서 "농가가 빚을 갚지 못해 신용보증기금이 대신 갚은 금액이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은 농가 부채와 관련이 있는 기관은 신용보증기금이 아닌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이라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