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최고'… 벤츠 '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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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독일차 신화'는 이대로 무너지는가-. 그동안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성능과 내구성 면에선 발군'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던 독일 차에 대한 평가가 다른 곳도 아닌 독일 내에서 곤두박질치고 있다.

독일 내 최대 규모의 운전자 친목단체인 전국독일자동차클럽(ADAC)이 최근 3만8천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마이 카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33개 승용차 메이커 중 수위를 차지한 도요타 등 상위 7개사를 일본 업체가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업체로는 포르셰가 8위를 기록한 것이 최고다. BMW는 11위를 차지했고 폴크스바겐과 벤츠는 각각 31위와 32위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까지 독일 내에서 승용차 브랜드별 순위는 전적으로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이 매겨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상위 4개사는 '벤츠-BMW-포르셰-아우디'순이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차의 완성도' '운전시 쾌적함' '수리.정비 등 애프터서비스' 등 차량 소유자의 관점에서 본 만족도로 평가해 본 결과 종전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예컨대 자신의 승용차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도요타의 경우 86%에 달한 반면 벤츠는 34%에 그쳤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11일 "최근에는 독일 승용차뿐 아니라 '독일의 기술' 자체에 의문을 던지게 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올 가을부터 대형 트럭에 대해 그동안 무료였던 아우토반(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받기로 했지만 독일을 대표한다는 회사들이 만든 통행료 징수 시스템에 결함이 발견돼 아직까지도 통행료를 걷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커브 길에서도 고속 주행을 할 수 있도록 개발된 철도 차량을 도입한 지 2년도 채 안돼 차축이 부러지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 이달 중 아예 이 차량을 폐기하기로 한 상태다.

아사히 신문은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경쟁의 심화로 독일 기업들이 비용 절감 및 조기 생산에 쫓기고 있는 것을 자동차 '이변'의 원인이라고 말한다"며 "그러나 일각에선 '글로벌 경쟁을 하는 것은 독일뿐 아니라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며 근본적인 질 저하가 원인이라고 꼽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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