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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이익의 질' 나빠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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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우리 기업들의 '이익의 질'이 떨어졌다. LG경제연구원은 15일 '이익의 질 개선되고 있나'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12월 결산 법인 500여개사(금융회사 제외)의 손익계산서를 들여다보니 영업.투자 등 본연의 경영활동으로 인한 이익은 줄고, 자산 처분 같은 '일시적 이익'의 비중이 부쩍 커졌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기업들이 앞으로 꾸준히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이익의 질이 악화됐다'고 규정했다. 다음은 보고서 요약.

분석 대상 기업 전체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04년 9.8%에서 지난해 6.6%로 떨어졌다. 생산.판매 등 활동에서 얻는 이익이 그만큼 줄었다. 반면 다른 회사에 투자해 얻는 배당금 수입, 투자 상대 회사의 주가가 올라서 얻는 지분법 평가 이익 등 '영업외 수익'이 늘어 영업이익의 감소를 벌충하는 구조다.

이런 이익 구조가 꼭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튼실한 회사에 투자하면 배당금 등이 계속 들어올 것이므로, 수익의 안정성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그러니 기업들이 영업 뿐 아니라 투자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영업외수익 내부에서 나온다. 영업외수익은 지속적 이익과 일시적 이익으로 나뉜다. 지속적 이익은 투자 등에 따른 것이고, 일시적 이익은 자산 처분 이익이나 환율 변동에 따른 특수 이익(외환차익) 같은 것들이다. 이듬해에도 이익이 반복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게 지속적 이익이다. 그런데 조사 대상 기업의 영업외수익에서 투자 이익 같은 지속적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75%에서 지난해 52%로 내려앉았다. 반면 일시적 이익의 비율(48%)은 절반에 가까워졌다. 지난해 영업외수익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은 올해 올릴 수 없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미래의 캐시카우(지속적 수익원)가 아쉬운 부분이다.

2004년부터 원화 가치가 급속히 오른 것도 일시적 이익이 증가한 이유다. 원자재 구입 비용 등이 줄고, 또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감소하니 이익은 늘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외환차익은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곧바로 손실 요소로 뒤바뀐다.

이익의 질이 나쁜 기업은 주식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현명한 개인 투자자라면 이익 수치만 볼 것이 아니라 이익의 질을 따져봐야 한다. 동시에 국내 기업들은 본질 중의 본질인 영업 활동에서 수익 창출을 높이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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