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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세계적 기업들 다양한 노하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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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쟁의 기술
원제 :How We Compete
수잔버거·MIT 산업성과센터 지음
이진원 옮김, 청림출판
403쪽, 1만8000원

우리나라를 들끓게하고 있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수십 년간의 양국 통상 현안을 한방에 해결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득실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FTA가 무엇인가. 바로 세계화다. 세계화는 또 무언가. 지구촌 경쟁사회에서 홀로 살아가기 어려우니 서로 도우며 살자는 거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자는 식인 데, 과연 그럴까.

세계화에는 빛도 있고 그늘도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이나 통화.재정 전문가 그레고리 맨큐 등 주류 경제전문가들은 자유무역을 강조한다. 더 많고 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면서.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 폴 사무엘슨의 생각은 좀 다르다. 세계화가 생활 수준을 높여줘야 마땅하지만 특정 국가나 지역이 얻는 득이 실보다 많다고는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무한 경쟁에 돌입한 세계화 세상이 됐다. 여기서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이 책이 파헤친 내용이다. 저자들은 전세계 500개 기업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우선 지은이들이 목격한 세계화 속의 기업들은 저마다 다양성을 가진 채 생존하고 있었다. 예컨대 델 컴퓨터는 모든 컴퓨터 부품 제조를 해외에 아웃소싱해 급성장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거의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생산해 큰 수익을 얻는다. 스페인 의류회사 자라는 본사 주변 중소기업에 아웃소싱해 쏠쏠한 성과를 낸다. 각자 개성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반드시 싼 인건비가 성공전략은 아니라는 점도 예시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안경테 제조업체 룩소티카의 경우 자국 내 공장에서 생산공정을 집중한다. 중국에도 공장이 있지만 인건비 이점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건비를 계산해보니 자국에서는 근로자를 감독할 사람이 직원 100명당 두 명이지만, 중국에서는 다섯 명이나 필요했다. 중국에서 만든 상당수 제품엔 결함이 있어 인건비 절약분이 날아가기도 했다.

지은이들은 "최고에게 아웃소싱하라"고 권한다. 애플의 히트작 아이팟만 해도 그렇다. 하드디스크는 도시바에, 코어 프로세서는 ARM에, 방화벽 통제장치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 최종 대립은 대만의 인벤텍에 맡긴다. 또 기업이 토대로 삼는 유산을 갱신하라고 조언한다. 물론 기업마다 잘하는 일은 따로 있다. 관행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고 권유한다. 유산을 운명이 아니라 계속 팽창하는 선택의 보고(寶庫)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들은 세계화의 어떤 한가지 '강제적 원칙'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찾아낸 것은 성공모델의 다양성이며, 중요한 것은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다. 자, 우리 기업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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