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집회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총출동 농악풍물패 대형밴드 사설 의장대 인기연예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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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여야 정당의 정치집회가 정치구호 일색에서 벗어나 대중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문화적 요소를 적극 수용하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여야 지구당 행사·정당연설회에는 구호·전단 일색이었던 과거의 딱딱하고 긴장된 분위기와는 달리 농악·풍물패를 비롯, 대형밴드에 합창단·사설의장대가 동원되고 인기가수·탤런트 및 국악인들이 출연했다.

<현철·김흥국 출연>
이 같은 정치집회 분위기 변화에 대해『정치집회가 노래·오락이 주종을 이루는 가벼운 분위기로 바뀌는 것은 정치불신이 만연된 현 세태에서 일반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정치인들의 고육지책이고 겉치레 행사로 전락하는 반증』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중사회에서 대중 문화적 요소가 정치집회에 나타나는 새로운 풍속도로 보기도 한다.
여야 정당 정치 집회의 새로운 풍속도중 대표적인 사례는 대규모 농악대·사물놀이패 및 합창단·밴드 등 여흥·분위기를 북돋우는 악단의 출현.
지난달 민자당 군산지구당(위원장 강현욱)개편대회에서 첫선을 보인 농악대는 여야를 막론하고 전국곳곳에서 열린 지구당 행사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고 민자당 정읍지구당(정원조)행사에선 사물놀이패의 한바탕 휘돌이가 있었다.
민주당 서울 송파갑지구당(김희완)대회에는 사설의장대가 동원됐는가 하면 행사에 앞서「10·26」「5·17」등 암울했던 지난 시대의 상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을 상영, 청중들을 긴장케 한뒤 지구당위원장 소개물을 연결 상영함으로써 극적 효과를 얻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개발.
대회장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묘안들도 속출하고 있는데 이중 가장 널리 애용되는 수법은 인기 연예인 동원.
국민당 창당대회는 코리아나·주현미·현철씨 등 인기연예인, 50인조 관현악단, 1백명 규모의 합창단, 농악대, 치어걸 등이 대거 동원돼 유흥업소의 호화판 밤무대를 방불케 했고 민자당 김해지구당(김영일) 개편대회도 농악대·밴드에다 코미디언 임하룡씨 사회로 가수 현철·김지애씨가 식전행사로 공연을 가졌다.

<최불암 연사로 나와>
민자당 전주-완산지구당(이연택)행사엔 가수 김세레나씨가, 민자당 서울 종로지구당(이종찬) 단합대회에는 시의원 겸 가수인 이선희씨가 각각 출연했으며 왕십리 태생인 가수 김흥국씨는 민자당 성동을지구당(김도현)행사에, 가수 김상국씨는 경남고 동문 인연으로 민자당 삼천포-사천지구당(김기도)대회에 찬조 출연.
최근 인기연속극『사랑이 뭐길래』에 출연중인 이순재씨(민자당 중랑갑 위원장)도「인기상품」으로 꼽치고 있는데 민자당 대구서을·달서을 지구당위원장인 강재섭·최재욱 의원은 한달여의 끈질긴 교섭 끝에 지구당행사에 격려인사로 초청하는데 성공. 또 8일 국민당 안양연설회에는 인기탤런트 최불암씨가 연사로 나왔다.
탤런트들과는 다르지만 문화·예술인들도 정치집회에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 서울 서대문갑지구당(김상현) 개편대회엔 장을병 성균관대총장의 축사, 시인 김지하·신경림씨의 서한·축시낭독에 이어 국악인 신영희·안숙선씨가 출연해『춘향가』중「사랑가」를 열창했다.
노래부르기를 좋아하는 현대인들의 취향을 이용하는 수법도 등장했는데 민주당 부천남(박규식)행사에는 지역축제인「복사별 축제」의 주부가요 대회우승자를 무대로 내세워 분위기를 잡고 즉석 퀴즈프로에서 정답을 맞힌 사람을 불러내 노래경연대회를 갖는 방법으로 청중들의 참여를 유도.
행사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깜짝 쇼」를 연출하는 기법도 자주 애용된다. 민주당 서울 마포을(김현규)대회에선 김대중 대표 입장 때 두 차례 축포를 쏘아 김 대표는 물론 경호원들이 깜짝 놀라 대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고 민자당 진해-창원(배명국)대회에서는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이 행사장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도로변에 매달아 놓은 꽃바구니를 터뜨려 오색종이가 휘날리게 하는 축하 분위기를 연출.

<문화센터 경쟁적 개설>
행사장 외부에 폐쇄회로·대형 멀티비전을 설치, 행사장 밖에서도 대회장 분위기를 맛보게 하는 배려는 고전적 수법으로 자리잡았다. 민자당 대구동갑(김복동)·수성갑(박철언), 김해, 서대문갑(강성모) 지구당행사가 대표적인 케이스.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층을 공략하기 위해 문화프로그램공세도 등장했다. 민자당 서청원 의원(동작갑)·황병태 의원(강남갑)등은 주부가요교실을 개설해 여성들에게 파고들고 있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출마희망자들이 경쟁적으로 문화센터를 개설, 여성표를 끌어 모으는 동시에 여론전파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문일현·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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