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vs이랜드 서부의 결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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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이마트가 독점하다시피 해온 서울 서북부 상권에 이랜드가 도전장을 냈다. 이랜드는 13일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복합쇼핑몰인 팜스퀘어 빌딩에 '2001아울렛' 불광점을 오픈한다.

이랜드는 지난해 말 팜스퀘어의 운영권자인 팜스개발과 이 빌딩 지하 2층~지상 7층의 운영권을 10년간 빌리는 계약을 한 뒤 지하 1~2층은 킴스클럽, 지상 1~7층은 패션 전문관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벌였다. 팜스퀘어는 연면적 10만㎡에 가까운 서울 서북지역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로 영화관(CGV)과 각종 병원, 스포츠 센터 등이 입주해 있다.

이랜드의 입성이 관심을 끄는 것은 이 지역 상권의 터줏대감 격인 신세계 이마트 은평점과 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 이랜드 매장과 불과 1.5㎞ 떨어진 이마트 은평점은 전국 106개 이마트 중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황금 매장'이다.

2001년 신세계가 당시 뉴코아 백화점 건물터를 인수해 문을 연 뒤 1년 만에 2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으며, 지난해는 25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독보적인 실적이 가능한 이유는 은평점이 서울시 은평구.서대문구와 종로구 평창동 지역, 고양시 일부 지역을 포괄하는 넓은 상권에서 사실상 유일한 대형 쇼핑센터이기 때문. 실제로 휴일이면 은평점을 찾은 쇼핑객들은 차를 대느라 30~40분씩 기다리기 일쑤였다.

이랜드는 새로 문을 연 매장에서 연간 3000억원의 매출로 이마트 은평점을 추월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300여 개에 이르는 패션 브랜드가 장점인데다, 주차도 상대적으로 쉽고 지하철도 가까워 입지가 이마트보다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이마트도 긴장하는 가운데서도 수성을 자신하고 있다.

이마트 측은 "이랜드 매장은 패션 아웃렛 위주여서 우리 매장의 제품 구성과는 큰 충돌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매장 운영 노하우나 브랜드 파워 측면에서 우리가 앞서기 때문에 은평점의 아성이 쉽게 흔들리지 않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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