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미드필더 '삐걱' 구멍난 수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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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반 17분부터 11-10으로 싸웠다. 한명이 많았지만 이기지 못했고, 오히려 후반 중반부터는 일본의 공세에 밀리며 수차례 결정적인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한국이 밀리기 시작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현영민 대신 이관우가 교체 투입되면서부터였다. 한국은 오쿠보가 퇴장당하자 수비수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대신 유상철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려 공격을 강화했다.

유상철은 미드필드에서 공중볼을 장악하며 한국 공격의 시발점이 됐고, 유상철 대신 수비 가담의 임무를 맡은 윙백 김동진과 현영민도 수비에서 제 몫을 다한 것은 물론이고 전.후방을 오가며 공격의 활력소가 됐다.

그런데 후반 11분 이관우가 들어오면서 한국 미드필드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상대의 역습 상황에서도 윙백들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복귀했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최원권까지 빠른 발로 수비라인을 보조하면서 위험한 상황을 내주지 않았다. 그런데 현영민이 나간 뒤 현영민의 자리는 최원권이 커버했지만, 이관우가 최원권만큼의 수비력을 보여주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현대축구에서 미드필더에게 왜 강한 체력과 수비가담 능력을 요구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일본이 강하게 공격에 나서자 한국선수들은 실점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더 강한 것 같았다. 최전방에는 세 명의 공격수만 덩그러니 있었고,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은 한국 진영에 몰려 수비에 급급했다. 월드컵 때 보여준 콤팩트 축구는 완전히 사라졌고, 마치 70년대 한국축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요코하마=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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