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람 뒤엉킨 벚꽃축제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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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활짝 피어서 어느 쪽에서 찍어도 예쁜 사진이 나와요."

11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윤중로. 대학생 김재연(27).이영원(여.24)씨가 다정한 자세로 휴대폰 사진을 찍고 있었다. 평일 낮 시간인데도 일대는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벚꽃이 절정을 이룬 6일부터 9일까지 나흘 사이엔 330만명(영등포구청 집계)이 다녀갔다.

여의도동 주민(2006년 11월 현재 3만1310명)의 100배가 넘는 인파다. 2일부터 15일까지 이어지는 축제기간 방문객을 모두 합치면 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주변 상가 매출은 뛰었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쓰레기.교통체증 몸살은 여전했다.

◇구름인파 '매출 껑충'="죄송합니다. 30분 정도 기다리셔야 할 것 같아요."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국회의사당 일대 음식점엔 직장인과 나들이 인파가 뒤섞여 발디딜 틈이 없었다. '벚꽃 특수'를 맞은 일대 상가에선 즐거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국회 맞은편 한 패밀리 레스토랑 측은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며 "일손이 달려 인근 지점 직원들까지 파견을 나왔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400명 정도의 손님이 들르던 이 음식점엔 축제 기간 중 매일 800명 이상이 다녀갔다. 주말엔 1000명에 이르는 손님이 몰렸다. 늦은 시각까지 손님이 이어져 폐점시간도 오후 11시에서 12시로 1시간 연장했다. 인근 호텔도 가족단위 고객에게 인기있는 식사 메뉴를 추가하는 등 손님 맞기에 분주했다. 렉싱턴 호텔 마케팅팀 관계자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하던 뷔페 식당을 2부제로 나눠 운영해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다"고 했다. 오후 1시 이후 음식을 새로 장만해 늦은 점심을 먹는 손님들을 맞는다는 설명이다. 편의점 매출도 껑충 뛰었다. 국회 인근 편의점에서는 "도시락과 음료, 맥주를 찾는 손님이 많아 계산대에 불이 났다"는 얘길 들을 수 있었다. 점원들은 냉장고 진열대의 빈 공간에 서둘러 음료수를 채워넣었다. 영등포구청 집계에 의하면 지난해 축제 기간에도 인근 상가 매출은 평균 20% 이상 늘었다.

◇몸살앓는 축제거리=상가는 웃었지만 거리는 전쟁터였다. 벚꽃 거리에선 꽃향기대신 음식 조리하는 냄새가 진동했다. 나들이 인파를 따라 서강대교 남단에서 마포대교 남단까지 70개에 이르는 노점상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솜사탕이며 음료수.옥수수.꼬치 구이 등 온갖 먹을거리를 파는 노점상과 풍선.연 등 장남감을 파는 상인들이 한 데 뒤섞였다. 비좁은 인도를 지나던 시민들은 보행에 큰 불편을 겪었다. 영등포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매년 축제 기간에 150여개의 노점상이 몰려든다"며 "10명의 기동조가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행정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거리 곳곳의 쓰레기더미도 벚꽃의 아름다움을 무색하게 했다.

여기저기서 먹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와 과자 봉지며 음료수 캔이 나뒹굴었다. 마포대교에서 서강대교 사이 2km 구간을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김만석씨는 "하룻저녁 큰 자루 2개 분량이던 쓰레기가 요즘엔 6~7자루씩 나온다"고 했다. 교통 혼잡도 극심했다. 서강대교 남단부터 국회 후문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2일부터 제한적으로 교통이 통제됐다.

그러나 진입 가능한 시간에 차량을 가지고 이동하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일대 도로는 북새통을 이뤘다. 주차 전쟁도 이어졌다. 한강고수부지 주차장엔 주차할 공간을 찾는 차량이 꼬리를 물었다. 순복음교회와 인근 호텔은 몰래 차를 세워두고 가는 얌체족 때문에 골치를 썩었다. 축제기간 동안 윤중로를 지나는 29개 버스 노선 운행 시간이 새벽 1시 20분까지 연장되고, 배차간격도 좁혔지만 밤꽃놀이를 즐기는 승객을 수용하기엔 무리였다.

이종찬 기자 (jong@joongang.co.kr)
이현구 기자 (h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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