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운전사」의 두 얼굴(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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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직업:운전경험 24년째의 모범운전사
­종교:20여년전부터 신앙생활을 해온 교회집사 및 총무
­가정:부인(48)과 아들(22)·딸(23)을 둔 화목한 가정의 가장,6순의 노모를 모시고 있는 효자(?)
­용모:1백70㎝의 깔끔한 신사풍
­전과:없음
2년동안 열흘에 한번꼴로 여자승객을 성폭행·추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개인택시 운전사 박태수씨(47)의 신상명세는 너무도 모범적이었다.
『그렇게 선하고 성실하게 보이는 사람이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할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6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계.
피해자 진술을 하고 있던 서모씨(37·주부)는 『박씨는 인간이 아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서씨는 지난해 4월중순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박씨의 택시를 탔다.
『피곤하시죠. 저는 모범운전사인데 집에까지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얌전히 차를 몰고가던 박씨는 잠시 세운뒤 약국에 들어가 드링크제 2병을 사와 『피로회복제니 같이 먹자』며 자신이 한병을 마시면서 다른 한병을 서씨에게 권했다.
그러나 서씨가 받아먹은 드링크제안에는 미리 정상 복용량의 5배에 달하는 신경안정제 5알이 분말형태로 들어있었던 것.
『자가용을 몰고다니다 납치되고,택시를 타면 이런 몹쓸 짓이나 당하니…』
서씨는 『여자들이 살기에는 참 어려운 세상』이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담당형사도 『박씨가 범행했던 여자들의 사진뒷면에 날짜·장소를 적어 앨범을 만들어놓고 택시안에서 이를 펼쳐보며 정사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를 들으며 다녔다』며 박씨의 「범기」에 혀를 내둘렀다.
몇년전부터 내연의 처까지 두고 2중생활을 해왔다는 박씨는 범행동기를 묻자 『2년전부터 성기능이 저하되면서 뭔가 자극적인게 필요했다』며 짤막하게 말하고는 등을 돌려버렸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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