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싱 올림픽 전선에 먹구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방콕=본사 국제전화】한국아마복싱이 4일 방콕에서 끝난 바르셀로나 올림픽 아시아 지역 1차 예선전을 겸한 제16회 아시아아마복싱선수권대회에서 금 6, 은 2, 동메달 2개로 종합우승과 함께 대회 7연패를 차지, 겉으로는 나무랄데 없는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메달의 내용 면에서 부실, 외화내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의 전통적 강세체급으로 올림픽에서 입상이 유력시되는 경량 4개 체급(라이트플라이급·플라이급·밴텀급·페더급) 중 91호주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 리스트인 페더급의 박덕규(원광대)만 북한의 이칠근을 판정(21-13)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 올림픽 메달전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내세울 간판주먹이 없는 것이다.
플라이급의 노장 한광형(상무)은 간신히 은메달에 턱걸이했고 라이트플라이급의 강타자로 기대를 모았던 조동범(상무)은 지나치게 큰 펀치에만 집착, 컴퓨터 채점의 현대 복싱과는 동떨어진 경기운영으로 동메달에 그치는 우를 범했다.
또 많은 스타가 배출됐던 밴텀급(신수영·한체대)에선 아예 4강에도 들지 못해 12개의 체급 중 라이트급(김정현·김화공고)과 함께 올림픽 진출권을 놓친 2개 체급 중의 하나라는 불명예마저 안게 됐다.
이들 두 체급은 오는 4월 필리핀에서 벌어지는 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 선발대회에 또다시 출전, 우승 또는 준우승을 차지할 경우 올림픽 티킷을 거머쥘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우승자 중에서 박덕규 외에 2연속 KO승으로 아시아 무적의 주먹을 과시한 헤비급 91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 채성배(광주동구청)에게만 을림픽 메달 획득의 꿈을 키워볼 수 있을 뿐 라이트웰터급의 김재경(동국대), 웰터급의 전진철(상무), 미들급의 이승배(체과대), 슈퍼헤비급의 정승원(한체대) 등 중량급은 세계복싱의 층이 워낙 두터워 상위 입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페더급의 박덕규 외에 뚜렷한 경량급 스타를 내세울 수 없는 한국복싱으로서는 박이 올림픽에서 대진운이 나빠 쿠바의 아놀드 메사나 미국의 모빈슨 등 강자를 초반에 만나 패할 경우 자칫 한개의 메달도 건지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마저 우려되고 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10체급의 선수를 출전시켜 5체급에서 결승에 올랐으나 2개 정도의 금메달을 도둑맞았다고 한국임원들도 인정하는 불리한 판정을 당하는 악조건 속에 90, 91세계선수권대회 밴텀급 2연속 동메달리스트인 이광식만이 금메달을 획득, 금 1·은 4·동 3으로 2위를 차지한 필리핀(금 2·동 1)에 이어 종합3위에 올랐다. 특히 이광식은 기량 면에서 아시아지역에선 가장 뛰어난 복서로 가장 강력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꼽히고 있다.
또 북한의 라이트플라이급(오성섭) 페더급(이칠근) 라이트급(윤용철) 등 경량급 선수들도 한국 선수 등에 비해 기량이 한수 위였다.
따라서 한국은 앞으로 당분간 아시아 정상권은 지키겠지만 세계무대에서 버티기 위해선 경량급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을 이번 대회에서 받은 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