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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 2004년 6600억 투자…반도체에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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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동부그룹은 연간 매출액 7조5천억원으로 재계 12위 규모다. 하지만 건설을 비롯한 제강.화학.운송 등 중후장대(重厚長大)한 사업이 주력인 탓에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다. 이런 동부가 첨단산업으로 사업구조를 바꾸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그룹의 사업구조를 반도체.2차전지.생명공학 등 첨단산업 위주로 변모시키겠다"며 "첨단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일류 기업이 될 수 없으며 지금이 변신의 적기"라고 밝혔다.

수천억원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동부는 그간 경험을 토대로 '위기가 오히려 변신의 호기'라며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동부아남반도체는 10일 제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내년에 6천6백억원의 신규설비 투자를 한다고 발표했다. 올해보다 2.7배 늘어난 규모다.

◇'위기가 오히려 기회'=비메모리 반도체를 주문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 공장인 동부전자(충북 음성)는 2001년 4월 가동을 시작했으나 9.11 테러와 세계적인 반도체 불황에 발목이 잡혀 위기상황에 맞닥뜨렸다. 월 2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5천장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이닉스반도체가 흔들리면서 당시 증권가에서는 "동부전자 때문에 동부그룹이 위험하다"는 소문까지 떠돌았다. 이때 동부는 아남반도체 인수를 통해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 두 회사를 합병할 경우 생산.판매 규모가 늘어나고 회사 발전도 6~7년 앞당길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인수 1년여가 지난 현재 동부아남반도체는 월 4만장의 웨이퍼 가공 능력을 지닌 세계 4위의 파운드리 전문기업이 됐다. 올 들어 반도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평균 가동률도 1백%에 육박하고 있다.

동부제강 아산만공장도 같은 케이스다. 이 공장은 건설 공정이 50% 진행된 시점에서 외환위기로 1997년 말 공사가 완전히 중단됐다. 환율 상승으로 설비 조달 비용이 급상승한 데다 하청 건설업체의 도산이 원인이었다. 정부가 담당하기로 한 도로.전기.용수 등 기반시설 공사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동부는 당초 계획한 1조원보다 2천억원을 더 투입해 공사를 강행, 99년 말 완공했다. 지금 이 공장은 냉연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한해 1백30만t 생산하고 있다. 이 덕에 동부제강의 매출은 1조원에서 1조7천억원으로 늘었다.

◇"반도체를 주력으로"=현민수 동부전자 제조팀장은 "3조 3교대로 24시간 공장을 풀가동해야 밀려드는 주문을 간신히 소화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동부아남반도체는 10일 올해 매출 추정액은 3천2백7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8%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동부는 반도체사업이 안정 궤도에 들어선 것을 계기로 첨단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6년까지 1조2천억원을 추가 투자해 반도체를 세계 3위의 파운드리 업체로 육성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05년에는 연간 매출액 1조원대로 끌어올려 적자상태인 영업이익을 흑자로 전환시킨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TI.도시바.NEC 등에 삼성전자와 필립스가 고객사로 추가돼 향후 5년간 이들로부터 예상되는 매출액만 5조9천억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또 동부한농화학은 지난 9월 인수한 리튬폴리머전지 전문업체인 파인셀에 앞으로 4년 동안 3백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1단계 목표는 매출액 1천억원이다.

동부는 임상시험 중인 뇌졸중 치료제를 상용화할 경우 40억달러의 거대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풀어야 할 숙제=바이오.생명공학 분야는 수익이 나기까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반도체는 IT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만의 TSMC 등 파운드리 경쟁업체의 기술력을 따라잡는 것도 숙제다. 첨단 설비를 적기에 증설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동부는 최근 산업은행에 1조 2천억원의 금융지원을 요청해 놓고 있다.

박광호 ㈜동부 부사장은 "국내외적으로 경영환경이 불투명하지만 동부는 이때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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