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회 KT배 왕위전' 역전을 자초한 안전 운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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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예선 하이라이트>

○ . 이영구 6단 ● . 윤찬희 초단

장면도(107~118)=능력 있고 힘센 상대를 이기려면 일단 용감해야 한다. 변화의 격랑에 휘말리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강자를 이겨낼 수 없다. 고수와의 대결에서 안전한 승리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국면은 흑 약간 우세. 우하에서 공격 중 흑▲ 넉 점을 잃은 게 아쉽기는 하지만 찬찬히 살피면 국면은 아직 여유가 있다. 그렇다면 다음 한 수는 어디일까. 윤찬희 초단은 A로 짚어 중앙을 키워나가는 원대한 구상을 슬쩍 떠올렸다가 금방 접는다. 중앙은 변화가 많고 바람도 센 곳이라 집이 되기까지는 온갖 시련을 이겨내야 한다. 그에 비해 107은 확실하고도 든든한 실리.

그러나 108이 아프다. 이 모자 한 방으로 107의 안전 운행은 모양새가 구겨졌다. 더구나 이영구 6단은 중앙을 단순히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110으로 교묘하게 비틀어 온다. '참고도' 흑1은 일견 당연한 수로 보이지만 백2의 일격이 있다. 4의 연결이 B의 약점을 보며 선수로 둔갑하는 것이다.

시커멓던, 그래서 기대가 컸던 중앙에서 갑자기 수세로 몰리자 윤찬희는 당황한다. 107로 A에 두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수습에 골몰한다. 113,115가 장고 끝에 찾아낸 타협책. 흑 두 점을 내줬지만 중앙에 대한 기득권을 지켜냈다. 하지만 이영구는 C의 돌파가 남아있는 한 중앙은 크지 않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흘리며 118의 큰 곳으로 손을 돌린다. 비로소 형세가 역전되었음을 느끼고는 안도의 한숨을 토해낸다. 그러나….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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