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둥 백m “공포의 밤”/광주 도시가스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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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폭음 5㎞까지… 만여명 대피/가스차량이 저장탱크 받아 발화/소방관등 15명 부상… 11억 피해
【광주=특별취재반】 『꽝』하는 폭음과 함께 해양도시가스 주위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1백m나 치솟은 불기둥과 잇따른 폭음 등은 휴일밤 광주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시민들은 큰 혼란속에 악몽의 밤을 지새웠다.
◇발화·폭발=불은 도시가스를 실은 트레일러 차량 고장으로 차량에 적재된 가스저장탱크를 공장내에 있던 다른 운반차량에 옮겨 싣던중 시동이 걸린채 핸드브레이크가 채워지지 않은 트레일러가 경사8도의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져 7m 전방의 저장소를 들이받아 발화됐다.
불이 나는 순간 공장안에 있던 도시가스측 직원 10여명이 진화에 나섰으나 불길이 누출된 가스에 인화되면서 순식간에 번져 저장소로 옮겨붙었다.
불길은 차츰 거세어지기 시작,오후 6시50분에 트레일러 차량과 충돌한 저장소가 폭발하고 이어 10분후 두번째 저장소가 연쇄폭발,불길이 지상 1백여m까지 치솟았으며 반경 5㎞까지 폭발음이 울렸다.
◇사고순간=가스운반차량과 충돌한 30t급 저장소에서 누출된 가스로 불길이 거세어지면서 오후 6시50분 제1차 폭발을 일으켰다.
경비원 정철호씨(40)에 따르면 『꽝』하는 굉음과 함께 직경 30m의 불기둥이 1백m 상공까지 치솟았으며 본관 사무실건물 유리창이 박살났다는 것이다.
주민 박기하씨(57)도 『불이 나 마을 야산으로 대피해 있는데 굉장한 폭발음과 함께 불기둥이 치솟았다』며 『1시간쯤뒤에 집에 도착해보니 문짝·유리창 등이 깨져 날아갔다』고 했다.
◇주민대피=불이 나자 광주시당국·경찰은 오후 6시10분부터 주민대피작업에 나서 용봉·동운2·신안·서산 등 4개 동사무소 옥상방송과 차량가두방송을 통해 반경 2㎞이내 주민 1만여명을 인근 전남고·북성중·운암국교·서림국교 등 4개교에 분산 대피시켰다가 이날 자정쯤 귀가시켰다.
이날 폭발사고로 해양도시가스회사안에 설치된 가스공급 라인측정기(시가 10억원 상당) 1대,가스저장소 6곳·사무실 2백평·승용차 등 차량 9대 등 11억여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냈으나 주민가옥 등 민간인시설의 피해내용이 산출될 경우 피해액은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진화작업=불이 나자 광주소방본부관내 3개 소방서 소방차 34대와 소방대원 4백60여명이 동원돼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저장소 2개가 연쇄폭발하면서 발생한 고열·가스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길이 계속 거세어지자 인근 공군부대소속 화학차 4대·육군모부대 장병 1백50명이 추가 투입돼 T­6 화학액·냉각수를 살포,오후 9시30분쯤 불길을 잡기 시작했다.
진화작업도중 광주서부소방서 탁칠성 소방교(45)등 소방관 14명이 저장소 폭발로 얼굴·손 등에 1∼2도 화상을 입고 조선대병원등 시내 3개병원에 분산 치료를 받고 있으며 도시가스 직원 진홍성씨(32)는 폭발당시 날아온 파편에 뒷머리를 맞아 중상을 입었다.
◇대책=광주시는 관할북구청 신근식 청장을 위원장으로 사고수습대책위원회를 구성,주민피해보상·사고원인 조사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회사측은 제2공장에서 광주시내 5만가구의 수용가에 가스공급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한국화재보험협회에 15억6백만원의 보험에 가입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수사=도시가스 폭발사고를 수사중인 광주북부경찰서는 충돌사고를 일으킨 뒤 달아났던 도시가스 수송차량 운전사 박정일씨(27)를 24일 오전 2시30분 용봉동 자취방에서 검거,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중이다.
경찰은 또 사고당시 근무하고 있던 이 회사 직원 10여명과 회사대표 장형태씨 등 고위간부를 소환,자체소화장비 보유실태·안전점검 실시여부 등을 조사해 과실이 드러나면 모두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특별취재반
모보일 호남취재부장 임광희 차장 이해석 구두훈 서형식 천창환 기자(이상 전국부) 최형규 유광종 기자(이상 사회1부) 조용철 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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