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의 스타 데이트] 탤런트·MC 김원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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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야, 노~올자"라고 부르면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방송인 김원희(31)는 어떻게든 틈을 내 "그래, 언니" 하면서 달려나온다. 이처럼 누구든 싫어하지 못하도록 사람을 끄는 매력 때문에 그의 주위는 언제나 사람들로 바글거린다.

내가 만나본 어떤 탤런트의 경우 예쁜 얼굴에 그늘이 가득했다. 알고보니 부모님이 너무 엄해 항상 기를 못 펴고 벌벌 떨며 다닌다는 것이었다. 김원희의 경우는 이와는 정반대로 기가 너무 많이 살아 움직이는 타입이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때문인지 밝고 명랑하기 그지없다. 그런가 하면 나이에 비해 속이 꽉 차고 어른스러운 면모도 있다. 또한 불의를 못 참고, 자기 의견이 분명하고, 사랑을 베푸는데 인색하지 않은 것도 그의 모습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김원희의 가장 큰 특징은 진짜 웃긴다는 것이다. 어쩌다 점심이라도 함께 먹게 되면 난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웃음을 참기 힘들 지경이다. 그 새초롬하니 예쁜 얼굴에서 도대체 어떻게 그런 코믹 연기가 나오는 걸까. 어떤 프로그램이든, 무슨 역할이든 김원희는 맡기만 하면 자기 식으로 척척 잘도 해낸다.

한때 오락프로론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던 SBS '신동엽.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에서 김원희가 성희롱을 일삼는 여사장으로 나온 적이 있다. 그는 천연덕스럽게 신동엽의 궁둥이를 철퍼덕 때리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신동엽이 짜증난 목소리로 "너무해요, 사장님. 왜 자꾸 거길 만지세요? 이거 성희롱이에요"라고 했다. 그러자 김원희는 가슴을 쑥 내밀면서 대답했다. "오라, 억울한 모양인데 그럼 동엽씨도 한번 만져봐. 어서."

다른 여자 탤런트들과 달리 도통 예쁜 척이라곤 하지 않는 게 그가 사람들을 웃기는 비결인 듯도 하다. 언젠가는 겨드랑이에 털이 지나치게 많이 난 아가씨로 분한 적이 있다. 민소매를 입고 처음 만난 남자와 데이트하다가 축구경기가 TV에서 나오자 양팔을 높이 치켜들더니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을 외치던 김원희를 보다가 나는 뒤로 넘어갔다.

이렇게 활발한 성격이기에 김원희의 주량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런데 그는 놀랍게도 맥주 한 잔도 못마시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팀회식이다, 모임이다 빈번히 열리는 술자리에서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로 언제나 분위기를 띄우면서 항상 최선을 다해 끝까지 술꾼들과 함께 하는 미덕을 발휘하곤 한다. 술을 한 모금만 마셔도 얼굴이 벌개져 열잔 먹은 사람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하는 김원희. 그가 그렇게 술도 못마시면서 술꾼들과 함께 놀아주는 건 따뜻한 마음씨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원희와 나 사이에 숨겨진 일화 하나. 난 그를 만나 진짜 '용'됐다. 머리 손질에 뛰어난 솜씨를 가진 김원희는 촌스러웠던 내 머리 스타일을 이리저리 바꿔줬다. "언니는 얼굴이 작으니까 옆머리를 최대한 살려. 그리고 머리가 너무 단정하면 나이들어 보여. 흐트러뜨려." 당시 그는 긴 머리를 망 속에 감추고 짧은 커트형의 가발을 썼다(프로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차원이라나).

나는 그 가발이 어찌나 멋있어 보였는지 고속터미널 지하상가를 지나다 한 가발가게에서 '김원희 가발'이라고 푯말이 붙어있는 가발을 사고 말았다. 집에 와서 요리조리 써봤지만 김원희 같은 맛이 전혀 나지 않았다. 그 가발은 결국 코미디 프로에 나가 사람들을 웃길 용도로 써먹은 기억이 난다. 얼굴이 영판 다른데 '김원희 가발' 쓴다고 김원희가 되겠어? 나는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김원희는 가족 사랑도 유별나다. 어떤 음식이건 까탈부리지 않고 복스럽게 먹는 그는 맛있는 음식을 대할 때마다 "이거 다음에 우리 엄마랑 꼭 같이 먹어야지"라는 말을 한다. 그만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맛난 음식 앞에서 가족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 역시 그러니까. 가족 뿐 아니라 남이라도 언제나 진심으로 대하는 김원희. 그는 오늘도 "원희야, 노~올자"하면 "언니, 오늘은 어디야?"라면서 기꺼이 뛰어나올 채비를 할 것이다.

◇김원희는…=1992년 MBC 공채 21기 탤런트로 입사해 일요 아침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으로 데뷔했다. 이후 '서울의 달'(1994년)에서 춘섭(최민식 분)을 쫓아다니는 시골뜨기 '호순'역으로 시청자들에게 주목받았다. 최근 몇년새 'LA아리랑''허니허니' 등 시트콤을 통해 '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탤런트'란 평판을 얻는 그는 '신동엽.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신비한TV 서프라이즈' 등 오락프로의 진행자로서도 확실한 발판을 구축했다. 지난달 가을 개편에선 KBS의 새 에듀테인먼트 프로 '대한민국 1교시'의 진행을 맡았고, 영화 '러닝 레이디'를 찍고 있기도 하다.

◇알림='김미화의 스타데이트'는 이번 회로 끝납니다.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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