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올림픽 아이스댄싱-EUN-프랑스 대결 "압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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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바흐의 둔주곡」이냐,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냐.
겨울 올림픽 무대에서 최고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아이스댄싱의 챔피언 윤곽이 EUN과 프랑스로 압축됐다.
「빙판 위의 최고 연인」을 골라내는 아이스댄싱에서 규정·오리지널 종목을 끝내고 18일 마지막 자유 종목을 남겨놓고 있는 현재 중간 종합 순위는 1위가 EUN의 포노마넨코-클리모바 조, 2위는 프랑스의 뒤셰네 남매, 그리고 3위는 EUN의 줄린-우소바 조.
선두를 달리고 있는 포노마넨코-클리모바 조는 지난 15일 규정 종목 1위에 이어 17일 새벽 오리지널 종목에서 「쇼스타코비치의 폴카」를 배경 음악으로 들고 나와 석차 0·6으로 1위를 지켰다.
반면 규정 종목에서 줄린-우소바 조에 뒤져 3위를 마크했던 뒤셰네 남매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배경 음악을 앞세워 알프스 산 위의 줄리 앤드루스를 연상시키는 청순함으로 심판들을 사로잡아 2위로 뛰어올랐다.
이들의 정상 다툼은 89년부터 시작됐다.
지난 84년 세계 선수권 대회에 등장, 4위를 차지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포노마넨코-클리모바 조는 85년부터 88년까지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4연속 은메달을 따낸데 이어 지난 캘거리 올림픽에서도 같은 소련의 안드레이 부킨-나탈리아 바스테미아노바 조에 뒤져 은메달에 머물렀다.
비슷한 시기에 국제 무대에 나선 뒤셰네 남매는 88캘거리 올림픽에서는 8위에 그쳤으나 89년부터 급격히 성장, 90년 세계 선수권은 포노마넨코 조에 뺏겨 은에 그쳤으나 91년 세계 선수권을 차지하는 등 금·은메달을 나눠가졌다.
17일 새벽 끝난 오리지널 종목에서도 똑같이 1, 2위를 나란히 마크했다. 연기 못지 않게 배경 음악이 중요한 것도 아이스댄싱의 특징이다.
리듬감·속도·창작성·정확성의 치밀한 구성력과 표현력을 따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성이다.
7세 때 피겨스케이팅을 시작, 올해 26세인 포노마넨코와 26세의 클리모바 조의 자유 종목 음악은 둔주곡이고, 8세에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오빠 뒤셰네 폴 (31)과 29세의 동생 이자벨이 선택한 음악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다. 【알베르빌=김인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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