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연금 개혁" 외치더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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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연금개혁 법안이 2일 국회에서 부결된 표면적인 이유는 한나라당의 반대 때문이다. 반대 124명 중 한나라당이 114명이었다.

그러나 속사정을 보면 범여권의 분열이 더 크게 작용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본회의에 별도의 국민연금법 수정안을 제출했고, 이 안에 대해 찬성 당론을 의원들에게 내려놓고 있었다. 법안 통과 여부는 범여권의 결속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의 사정은 복잡하게 돌아갔다.

대권주자인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2004년 7월~ 2005년 12월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국민연금법을 고치지 않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그였다. “연금법을 고치지 않으면 20년 후 소득의 30%를 사회보험료로 내야 하며, 이는 우리 아들딸에게 감당하지 못할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 전 의장 측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단식 농성의 여파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한덕수 총리 인준안 표결에는 참석했지만 그 뒤 급격하게 건강상태가 악화돼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당 지도부의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은 대거 등을 돌렸다. FTA에 반대해 단식 중인 민생정치모임 소속의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기권했다. 그는 평소 “연금 개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이날 표결에서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기권을 택했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통합신당모임의 김한길 의원은 연금법 표결 전에 자리를 떴다. 김 의원 측은 “다른 일정이 있어 투표하지 못했다”고 했다. 통합신당모임에선 열린우리당 제5 정책조정위원장 시절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했던 제종길 의원을 비롯해 14명이 기권대열에 합류했다.

결국 법안은 ‘찬성 123명, 반대 124명, 기권 23명’으로 부결됐다. 법안 통과에는 13표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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