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문화 정립 시급하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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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동차 운전면허소지자가 13일 현재 9백98만여명이고 며칠후면 1천만명을 넘는다.
이는 전체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고 면허취득이 가능한 18세이상 인구기준으로는 3명중 1명이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대중화시대를 실감케하는 통계숫자다.
이미 젊은층에게는 「마이 카」가 생활필수품화돼가고 있다. 초년병 샐러리맨들이 소형마이카를 굴리고,셋방살이를 해도 승용차는 갖는 추세다.
지난해말로 우리나라 자동차 보유대수가 총 5백만대를 넘어섰다. 이중 절반이 넘는 2백60만대가 자가용 승용차로 인구 17명당 1대꼴의 자가용을 갖고 있다.
먹고 살만해진데다가 자가용까지 굴리게된 「경제개발」의 고마움을 탓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승용차소유 열기가 우리의 진정한 경제실상이나 도로여건 등에 비추어볼때 꼭 바람직한 현상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머뭇거려지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운행질서와 법규준수가 전혀 엉망인 자동차문화의 부재는 마이카 시대의 즐거움을 반감시킬 뿐 아니라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하는 공포감을 날로 증폭시키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가 31.8명으로 교통사고율 세계 1위라는 통계가 이같은 자동차문화 부재의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인구비례 자동차 보유대수는 지난해말 현재 세계 25위이고,자동차 생산량에서는 미·일·독·불에 이어 10위를 차지하는 「자동차대국」이면서도 그에 걸맞는 자동차 운행질서나 교통도덕이 확립돼있지 않은게 오늘의 우리현실이다.
구미 선진국에 살고 있는 교포들이 서울에 와보고는 정말 「무서워」 차를 못몰겠다고 개탄하는 소리를 우리는 흔히 듣는다.
시급히 해결돼야할 또 하나의 문제는 주차난이다. 차량의 폭증을 예견치못한 도심의 건물들에서는 주차문제가 오래전부터 심각해졌고 주택가 골목들은 좌우로 마구 차를 세워놓아 주차장으로 변해 차량통행이 어려운 정도다.
앞으로 차량구입때 차고증명제를 실시하겠다는 당국의 방침이 있긴 하지만 이미 나와있는 승용차만으로도 현재의 몇배에 달하는 주차공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상류층은 물론 중산층 일부에서까지 1가구 2대이상의 승용차를 갖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때 주차공간의 확보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정책추진이 절실히 요망된다.
급속한 차량증가에 따른 교통난의 가중과 에너지소비도 매우 심각한 문제다. 면허취득자의 증가는 2000년이면 인구의 절반인 2천4백만명에 달하고 차량보유대수도 1천만대를 훨씬 넘을 전망이다.
교통체증에 따른 추가 연료비용만도 2000년에는 서울에서만 6천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이때의 서울 승용차 총 연료비는 90년의 4배로 급증한 2조5천억원이나 된다.
차량증가를 대비하는 철저한 자동차문화 정립과 도로확충,지하철 등의 대중교통망확대,육상교통외의 수송수단 개발등의 구체적인 사업추진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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