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 반격 '승부 원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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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9단이 박영훈4단을 꺾어 반격에 성공했다. 승부는 1승1패로 원점으로 돌아갔고, 11일의 최종전에서 우승컵의 향방이 갈리게 됐다.

9일 대구 영남대학교에서 열린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2국은 우승을 결정지으려는 박영훈4단과 전날의 패배를 설욕하려는 조치훈9단이 팽팽히 맞서며 명승부를 펼쳤다. 천둥과 번개가 난무하던 첫판과는 달리 2국의 흐름은 의외로 착 가라앉아 있었다. 양쪽 모두 지나치게 긴장한 탓이었다.

승부는 중반 초입에서 갈라졌다. 세계대회 첫 우승컵을 따내 정상의 대열에 합류하려는 신예강자 박영훈4단은 초반 흐름이 좋아 우승컵이 눈에 보이자 갑자기 행마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조치훈9단의 움직임이 민첩해졌다. 10년 만에 세계대회 결승에 올라 부활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으나 첫판에 지는 바람에 벼랑에 몰렸던 조치훈9단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명인답게 기회가 오자 이를 꽉 붙들고 결코 놓치지 않았다. 박영훈4단이 중앙에 집착하며 방황하는 틈을 타 적극적으로 실리를 차지하며 형세를 리드했다. 박영훈4단은 막판 승부수가 불발로 끝나자 돌을 던졌다. 168수, 백불계승.

최종국인 결승 3국은 하루 쉰 뒤 1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큰 승부는 실력보다는 운이며, 머리보다는 심장 싸움이다. 1국에선 조치훈9단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고 2국에선 박영훈4단이 너무 긴장했다. 최종전은 어떻게 될까. 새로운 스타의 탄생일까, 옛 영웅의 부활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상세 기보는 인터넷(www.joongang.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하이라이트=우승이 다가오자 가슴이 너무 벅찼던 것일까. 평소 실리에 민감한 스타일인 박영훈4단이 돌연 중앙으로 날아든다. 흑1, 3, 5로 중앙에 집중했으나 이건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었고 실속도 의문이었다. 그 틈에 백의 조치훈9단은 4와 12 등 실리의 요처로 지목되던 두개의 큰 곳을 모두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흑이 좋다던 형세가 여기서 덤을 내기 힘든 바둑으로 바뀌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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