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살박이 민자당의 과제/김진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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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정·민주·공화의 물리적 결합체인 민자당이 8일 창당 2주년을 맞았다.
지난 2년을 놓고보면 당의 행로에는 실로 명암이 교차되어있다. 부분부분 합당에 걸맞은 정국운영이 있었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세력다툼의 끊임없는 내분으로 짜증나는 인상을 국민에게 남겼다고 할 수 있다.
합당긍정론자들은 먼저 거대여당의 힘으로 제주개발법등 주요국정현안을 처리한 효율성을 내세우고 거시적으로 봐도 보수대연합을 통해 정치·사회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야당등 비판론자들은 이를 뒤엎으면서 「야합의 비도덕성」을 꼬집고 있다.
애당초 합당이 아니라 밀실에서 대권을 거래한 비밀공작에 불과했으므로 내각제약속이 틀어지고 대권문제가 고개를 쳐들때마다 세가족이 치고 받기나 했다고 비난한다. 의정운동도 효율이 아니라 거만해진 거여의 횡포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집권여당이 대권싸움에만 매달려 있으니 경제가 잘될 턱이 있느냐는 비아냥도 있다.
탄생이 복잡했던만큼 민자당의 2년간 걸음마는 이처럼 안팎으로 시끄러웠다.
그 민자당이 이제 세살째로 접어들면서 몇가지 중요한 시험을 남겨두고 있다.
첬째는 14대총선이고 둘째는 총선후 후보결정이며 셋째는 「노대통령이후」를 결정할 대선이다.
특히 코앞에 닥친 총선을 두고 민자당은 행여 여소야대가 재현될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리고 후계구도는 일단 「총선후 자유경선」으로 정리해두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대권대열에서 떼밀려진 세력이 한지붕밑에 계속 머물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거대야당 민자당,한국정치·사회메커니즘에서 집권조직으로 무겁게 앉아있는 이 당이 이런 시험을 제대로 치러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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