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역사 속에 던져진 인간의 비극 초점|이 작품에만 전념해준 연기자노고에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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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넉달여간 방송 드라마사상 최대의 화제를 모으며 「TV영화」의 이정표를 세운『여명의 눈동자』가 6일 36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회 여주인공 여옥이 눈 덮인 지리산유격능선에서 질곡의 삶을 마감할 때 많은 시청자들은 한국현대사의 비극을 떠올리며 눈물지었다.
이 시간 연출을 맡은 김종학PD(41)는 만2년3개월간 혼신을 다한 작품을 끝맺는 장인의 감회에 사로잡혔다.
-식민과 해방, 좌우대립과 전쟁을 보며 윗 세대의 통한을 느꼈는데 이드라마의 주제는 무엇인가.
▲불행한 역사의 공간에 강제로 내던져진 개인의 비극에 초점을 맞췄다.
이데올로기가 무엇이든 각 개인을 질곡의 수렁으로 모는 것은 본질적으로 반인륜적이다. 한국현대사는 휴머니즘의 관점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고 이것이 분단을 뛰어넘는 동질성 회복의 지름길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만수731부대나 정신대, 그리고 4·3사건 등 시청자들에겐 낯선 역사적 사실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어떻게 취재했나.
▲89년 첫 기획 때부터 90년 상반기까지 6개월 이상을 도서관에서,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또 중국현지를 떠돌며 가능한 모든 자료를 수집했다.
참으로 슬픈 한국인의 사실을 검토하며 이 드라마를 역사드라마가 아닌「역사를 위한 인간의 멜러물」로 만들리라 결심했다.
그 때문에 원작과는 다른 시각, 곧 좌우가 아닌 한국인의 시각에서 4·3등을 다루었다.
-기존의「TV드라마」라기 보다는「TV영화」의 걸작이란 평인데.
▲1백% 사전제작은 아니었으나 전작 시스팀에 의한 덕이 크다. 가능한 한 스튜디오 촬영을 배제하고 영화적 연출과 카메라워크를 사용했다.
특히 시리즈 물에서 드라마의 처음과 끝이 통일성을 갖기 위해서는 TV용이라 하더라도 영화연출과 같은 방법을 써야된다고 믿는다.
그래야 이야기전개에 완벽성을 기할 수 있으며 오락성도 살려낼 수 있다.
상황의 압축·비화·극적반전 등을 묘사하는 영상미가 가능했던 것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작품을 만든 전작제 덕분이었다. 국제시장에 내놔도 손색없는 작품이라고 보는 것은 이런 기술적 측면이 가미됐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의 연기노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인연기자들의 자세가 이 작품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본다.
중간에 힘이 달리는 듯한 인상은 주었으나 2년여간 이 작품에만 매달린 최재성·박상원·채시라의 연기자세는 높이살만하다.
김PD는 77년 MBCPD로 입사, 『동토의 왕국』(84년), 『영웅시대』(85년)를 통해 강한「남성드라마」의 장을 열어왔다. <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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