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춤과 노래...'아프리카의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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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의 심장 박동이 무대를 울린다. 5일 막이 오르는 '우모자(Umoja)'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2003·2004년에 이은 세 번째 내한 공연이다. 3년만인 이번 무대에서는 지난 1,2회 공연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무대장치와 춤·노래를 선보인다.
'우모자'는 '함께 하는 정신(Spirit of Togetherness)'이라는 의미의 스와힐리어(아프리카 공통언어)·원시부족사회에서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의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의 세월을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아프리카 역사를 옴니버스 형식의 춤과 음악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남아프리카 음악에 스며있는 '평화적 인류 공생'의 메시지를 전한다.
드럼의 강한 울림, 아프리카 특유의 에너지가 넘치는 민속춤으로 시작되는 오프닝은 나른해진 봄날의 오감을 일깨운다. 이어 근대 요하네스버그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스윙재즈, 탄광 노동자들의 대화 방식에서 유래한 검부츠 댄스, 현재의 고난을 잊기 위해 상대적으로 더 화려하고 신나게 만들었던 댄스음악, 요즘 젊은이들의 격렬한 그루브 리듬과 힙합에 이르기까지 남아프리카인들의 정열을 엿볼 수 있는 음악과 춤이 망라된다. 특히 아파르트헤이트를 경험한 역사는 침략기를 거친 우리와 정서가 맞닿아 공감대를 넓힌다.
공연의 백미는 출연자 전원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과 함께 부르는 가스펠 합창. 핍박 받던 시절 영혼을 지탱해준 종교가 남아프리카인들의 사고와 일상에 어떤 의미였는지를 보여준다.
해설자가 중간중간 등장해 각각의 에피소드를 연결해주는 점도 독특하다. 대사 없이 이해를 돕는 간단한 해설만으로도 공연의 의미와 감동이 충분히 전달되는 것은 생동감 넘치는 무대구성과 배우들의 뛰어난 기량 때문이다. 40명의 건장한 흑인 남녀가 주연·조연 구분 없이 신들린 듯한 춤과 노래·연주를 선보인다.
'우모자'는 1990년 '바오밥'이라는 제목으로 초연됐다. 전회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2001년 관객의 취향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뮤지컬의 본고장 런던 웨스트 엔드로 진출했다. 21년간 '캣츠'를 상연했던 '뉴 런던 극장'은 후속작으로 '우모자'를 선택했다. 이후 호주·덴마크·네덜란드·이스라엘·일본 등 26개국에 이르는 세계 순회 공연을 통해 아프리카 음악의 힘을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예술의 전당과 2004년 한전아트센터 공연때 각각 80%와 78%의 관객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편 가수 나얼은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의 물품을 '우모자' 공연기간 동안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로비에 전시하고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해 기부한다.
5~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평일 오후 7시30분(월요일 공연은 없음). R석 12만원, S석 9만원, A석 6만원, B석 4만원. 주말 오후 3시, 7시30분. 17~18일 김해 문화의전당.
문의 02-548-4480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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