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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러스FTA] 농산물 수입 급증 땐 '세이프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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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일 서울 논현동의 GM 코리아 캐딜락 영업소 직원들이 한.미 FTA 협상 내용을 보도한 중앙일보 1일자 신문을 읽고 있다. FTA가 시행되면 미국산 수입차는 8%의 관세가 철폐된다. 강정현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내용도 방대하고 복잡하다. 협상의 득실 역시 단기간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따져봐야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문답풀이로 협상 내용을 알아봤다.

Q:농업 분야에선 한국이 일방적으로 시장을 내준 게 아닌가.

"농산물은 미국의 경쟁력이 월등히 높은 분야이기 때문에 우리로선 시장을 방어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던 분야다. 우리에게 민감한 쇠고기(15년).돼지고기(10년).오렌지(7년) 등은 장기간 관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그동안 경쟁력을 높이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이미 호주.뉴질랜드와 유럽 등에서 상당량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미국산 수입을 확대해도 국산보다는 수입산끼리 자리바꿈하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식용 대두, 감자, 낙농품, 꿀 등 미국이 경쟁력 있는 품목도 현행 관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Q:올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미국을 '광우병 통제가 가능한 나라'로 판정하면 미국산 뼈까지 수입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번 협상에서 쇠고기 검역에 대해선 미국이 한국 입장을 이해하기로 했다. 따라서 5월 OIE 총회에서 미국이 2등급 판정을 받는다고 해도 바로 미국산 뼈까지 수입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OIE 판정을 우리가 마음대로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5월 판정 결과가 나오면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우리 측 조사를 끝내고 수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Q:미국산 농산물이 들어오면 소비자에겐 어떤 혜택이 있나.

"농산물 값이 싸지기 때문에 장바구니가 풍성해진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40%인 쇠고기 관세를 즉시 폐지할 경우 수입 쇠고기 값은 28%, 한우는 8%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쇠고기 관세는 15년 동안 매년 2.7%씩 낮추기로 했기 때문에 소비자가 가격 하락 효과를 피부로 느끼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전망이다."

Q:한국 자동차 관세는 8%고 미국은 2.5%인데 둘 다 관세를 폐지하면 우리가 불리한 게 아닌가.

"관세율만 보면 맞다. 그러나 미국 시장 규모는 우리의 16배다. 더욱이 미국 시장에서 한국 차는 일본 차와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한국 시장에서 미국 차는 일본 차와 가격보다는 품질에서 밀려 고전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즉시 관세를 철폐하는 승용차는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3000㏄ 이하 승용차다. 따라서 자동차에선 우리가 유리하다. 더욱이 자동차부품은 즉시 관세를 없애기로 해 한국 부품업체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Q:관세가 없어지고 국내 자동차세가 바뀌면 자동차 값은 어떻게 되나.

"미국에 수출하는 현대 쏘나타의 가격은 대당 667달러 인하된 2만6668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동급 일본 차 2만9125달러보다 훨씬 싸져 가격경쟁력이 생긴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미국 차 값도 싸진다. 특히 3000㏄ 이하는 관세(8%)와 특별소비세(10→5%)가 줄고 자동차세도 싸진다. 차 값에 따라 다르지만 10~15% 가격 인하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중형차 시장에서 미국 차가 약진할 전망이다."

Q:섬유의 경우 한국 기업은 중국으로부터 실을 수입하고 있는데 원사까지 자국산이어야 한다는 '얀 포워드' 기준을 적용하면 섬유 분야에선 실익이 없는 게 아닌가.

"대기업의 경우 원사를 자체 개발해 쓰는 비율이 높지만 중소기업은 일부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이번 협상에서 중소기업이 많이 쓰는 리넨, 리오셀, 레이온, 여성 재킷, 남성 셔츠 등은 원사 기준 적용 예외를 인정받아 피해를 최소화했다."

Q:미국이 중국산 섬유를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수출하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각종 기업 정보를 요구하면 한국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게 아닌가.

"한국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는 한국의 통관절차가 투명해지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돼 장기적으로 보면 큰 부담이 안 될 수도 있다."

Q:정부 조달시장의 개방과 관련, 미국 주정부의 조달분은 제외돼 실익이 없는 것 아닌가.

"FTA에선 지방정부와 공기업의 조달시장은 배제됐지만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을 통해 미국의 37개 주 정부와 10개 공기업 시장은 이미 개방돼 있다."

무역구제위원회=무역구제(Trade remedies)란 저가의 외국 상품 수입이 급증할 때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제품에 대해 반덤핑관세.상계관세 등을 부과하는 것이다. 외국 정부가 보조금.장려금 등으로 상품 수출을 간접 지원할 때도 적용된다. 한국의 무역구제 철폐 요구에 미국은 법 개정 사안이라 힘들다고 버텨왔다. 양국은 이번에 위원회를 만들어 논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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