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된 피의자 변호인 접견때 수사기관개입 위헌결정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제동걸린 「수사편의주의」/확정판결전 무죄원칙 확인/보안유지 핑계 잦은 인권침해 쐐기
헌법재판소가 28일 구금된 피의자의 변호인 접견시 수사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수사편의와 보안유지라는 이름으로 관행화된 수사기관의 인권침해에 제동을 걸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즉 헌법재판소는 구금된 피의자,또는 피고인이 법원의 유죄판결을 받을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는 형사소송 대원칙을 확인하는 한편 미결수는 인권보호차원에서 수사관 등의 입회없이 자유롭고 비밀이 보장되는 분위기 속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국민의 기본권임을 천명한 것이다.
그동안 안기부등 수사기관은 변호인의 접견을 수사 및 보안 등의 이유로 금지하는 사례가 빈번해 변호인이 접견 불허처분을 취소하라는 준항고를 법원에 내 잇따라 변호인의 접견을 허용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내려져왔다.
27일 서울신학대 입시문제지 도난사건에서도 경비원 정계택씨(44)의 변호인 이양원 변호사가 경찰에 의해 접견을 거부당한 것도 좋은 예로 볼 수 있다.
특히 안기부는 89년 7월 변호인 접견을 허용해야 한다는 서울형사지법의 준항고결정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중이던 성남지역 노동자 민주투쟁연합의장 연성만씨의 변호인 주명수 변호사의 접견신청을 또다시 불허하는 등 인권시비가 끊이지 않아왔었다.
결국 대법원은 90년 2월13일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법령에 의한 제한이 없는한 수사기관의 처분으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는 사법부의 단호한 의지를 밝힌바 있으나 이후에도 수사기관의 관행은 잔존해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9월에는 변호인 접견권 침해시비가 민사소송으로까지 번져 서울민사지법이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구속된 피고인에대한 변호인접견 불허처분을 받은 김한주 변호사가 국가기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변호인과 구금피의자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받은데 따른 정신적 고통을 인정,『국가는 배상책임을 져야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실제로 수사기관은 기결수에게 적용해야할 행형법(제18조)의 「수형자는 소장의 허가를 받아 타인과 졉견할 수 있으며 접견시 교도관의 참여를 요한다」는 규정을 미결수에게까지 확대적용,변호인 접견기록을 수사에 활용하거나 수사관을 입회시켜 접견을 감시하고 있다는 법조계의 비판을 받아왔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89년 8월말 이른바 공안사범에 대한 변호인 접견과 변호인수를 제한하는 국가보안법 개정을 추진하기도해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날 종전의 사법부의 일관된 방침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구금피의자의 변호인 접견이 녹취·청취·촬영등 어떠한 형태로든 침해받는 것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국민의 권리가 침해받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위헌결정은 헌법상에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다 폭넓게 해석함으로써 이같은 논쟁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사법부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 스스로가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는 시각교정을 먼저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권영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