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나은 민방 TV를 위해(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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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는 50여일전 민간상업방송인 SBS(서울방송)­TV가 개국할 무렵 이매체에 대해 두가지의 우려와 주문을 한바 있다. 첫째는 새로 탄생하는 민방이 시청자를 끌어 들이기 위해 저질화경쟁을 기도함으로써 방송의 역기능을 확산·파급시키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둘째는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형식의 참신성을 기대하긴 하나 시청자의 흥미유발에 치중한 나머지 본질이 왜곡되거나 퇴색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했던 것이다.
최근 방송위원회는 「SBS­TV 월간 방송성향」이라는 자료를 내고,이 방송 개국이후 1개월간을 모니터한 결과를 종합,SBS간부들을 불러 내용을 통보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이 자료 내용을 보면 SBS에 대한 당초 우리의 우려가 적중했고 우리의 주문이 철저히 외면됐음을 알 수 있다.
SBS­TV가 개국이래 편성을 기존방송과 차별화하여 시청자의 채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장애자나 불우이웃등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에 편성을 할애한 것은 평가할만한 공익적 기여라고 해야할 것이다.그러나 흥미를 위주로한 소재선택이나 구성,인기 연예인 일색인 진행자의 선정,사행심과 과소비를 부추기는 퀴즈프로 등이 상업성을 과다하게 노출시켜 방송의 공익성이나 윤리성 향상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보도·교양프로의 복합적 구성을 SBS당사자들은 타방송과는 다른 그들만의 특징으로 강조하고 있음이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예컨대 뉴스의 쇼적인 진행이나 교양프로의 오락적 요소의 가미 등이다. 딱딱한 성격의 뉴스나 교양프로를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작자들의 의도를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이나 정치·경제등 주변상황은 재미있게 남의 일처럼 객관적으로 보아 넘기거나 웃으면서 처리할만큼 우리실생활과 거리가 멀거나 하찮은 것이 못된다. 심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해야할 문제를 재미있는 구경거리로 처리하는 것은 코미디의 풍자대상은 될지언정 가벼운 오락성 화제거리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SBS가 진지한 토론프로그램이 전무하고 뉴스를 오락적쇼로 처리하는 것은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심각한 당면문제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둔화시키고,가치관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본다.
방송제도의 공·민영 혼합체제에서 민영방송의 역할이 상업성과 오락성을 앞세우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건전한 국민정서와 가치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까지를 허용할 수는 없다. 또 상업방송이 다른 공영방송의 프로그램까지 하향화경쟁을 촉발할 위험성을 방치해서도 안될 것이다.
SBS의 시청률이 낮은 이유를 전파수신상태의 불량에마 돌려서는 안된다. 수신상태를 개선하는 근본적인 대책과 함께 국민의 정서와 취향에 맞는 건전하고 진지한 프로그램을 방영함으로써 전파낭비라는 오명을 씻고 사랑받는 채널이 되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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