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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희 칼럼] 노인이 복상사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

웰빙 바람이 불면서 유명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런데 가입비만 해도 3000만원이 넘는 이들 헬스클럽이 돈만 가지고 오면 누구나 회원으로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60세를 넘는 고령자는 거의 받아주지 않고 있다. 수영장을 비롯해 욕탕 등에 무의식적으로 배설물을 흘리는 노인이 많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러브호텔이란 곳도 고령자 사절인 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벽제 쪽에서 남녀간의 밀회 장소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M씨도 비아그라 출현 이후 노인 고객이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고 수입증대에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일전에 젊은 여인과 ‘데이트’ 중 복상사한 노인을 보고 그 이후 노인 손님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투숙객이 죽으면 복잡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성가시다고 했다.

그럼 왜 섹스하는 노인이 이렇게 사망하는 사례가 많은 것일까?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처음 연구한 사람은 윌리엄 H 매스터즈 박사다. 그는 성행위 중 여러 가지 신체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선 흥분으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그 촉진 작용에 의해 숨이 가빠지는 호흡곤란이 오는데 당사자는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이런 신체적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다.

보통 상태에서는 1분 동안 25회 정도 호흡하지만 성적 흥분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는 40회로 배 이상 불어난다. 호흡이 가빠지면 산소 부족으로 심장 박동 수가 증가하는 심계항진 상태가 바늘에 실 가듯 따라온다.

흔히 심장내과에서 평상시 심장 박동이 분당 70~80회면 정상으로 간주하고 그것이 120회 이상이면 병적인 것으로 보는데, 성교 중 이것이 110~180회로 두 배 이상 높아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그런 심박항진은 병적 현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일시적 흥분에 의한 것으로 곧 진정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심장에 산소와 더불어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질환에 혈류를 방해하는 협심증이 있거나 지나친 저혈압의 경우다. 성적 흥분으로 심장에 부담이 생긴 데다 근본적인 심장질환으로 심장 상태가 부실하면 섹스의 격심한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심장은 백기를 들어버린다. 즉 심장마비로 이승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부부처럼 오랫동안 서로 체질을 잘 아는 사이라도 복상사라는 이름의 돌연사가 일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니까 선남선녀가 뜻이 맞아 섹스하는 경우에는 금기된 것을 범한다는 의미에서 그만큼 신경이 더 쓰이고 바로 그 요소가 위험 부담을 증대시킨다. 게다가 협심증 등 심장질환이 있는데 그것을 무릅쓰고 발기촉진제를 쓰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심장확장제로 복용하던 약제로부터 일산화질소가 발생, 이것이 전신 혈관을 일시에 확장시킴으로써 혈압강하 작용이 일어나 심장이 덜커덩 멎어 버린다. 혈압의 급격한 저하로 온 쇼크로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돌려보낼 압력, 즉 혈압이 없기 때문에 생긴 심장마비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유의해야 될 점은 섹스가 무산소 운동이라는 점이다. 스포츠에는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이 있는데, 전자는 산소를 흡입하면서 행하는 스포츠, 이를테면 마라톤·테니스·사이클링·등산·수영·골프·에어로빅 댄스 등이 있다.

후자에는 평영 상태로 잠수하는 수영이나 싱크로나이즈 스위밍 등에서 일어난다. 육상의 단거리 경주도 물론 무산소 운동의 범주에 속하는 운동이다. 신체 조직의 산소 요구량이 급증, 산소가 부족하게 되는 운동을 총칭해 무산소 운동이라고 부른다.

섹스가 때로는 지독한 무산소 상태를 몰고 온다는 점에서 미리 신변 안전을 위해 자신의 심폐 기능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높은 산을 등반할 때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산소 부족으로 호흡이 곤란해지는 고산병인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포츠 상식이다. 산을 오르지 못할 정도로 심장이 좋지 않다면 격렬한 섹스는 자중하는 것이 좋다.

곽대희피부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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