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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줄리아드서 'U턴'한 연습벌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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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에 들어오면서부터 꼭 입상하고 싶었던 콩쿠르에서 1위를 해 너무 기뻐요. 개성이 강해 듣기만해도 연주자의 경험과 생각이 느껴지는 러시아의 로스트로포비치 같은 첼리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30일 막을 내린 제33회 중앙음악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장성찬(19.한국예술종합학교 3년.사진)군의 무대는 이미 세계다. 장군은 15세 때 뉴욕 링컨센터에서 독주와 협연 연주를 했다. 텍사스.뉴저지.클리블랜드 등을 돌며 각종 콩쿠르에 입상했다. 2004년 아스펜 국제음악제 콩쿠르에서도 1위를 한 연주자다.

예원학교를 다니던 중 2002년 미국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입학한 장군은 "한국에서도 좋은 스승과 충분히 공부할 수 있다"며 3년 후 보기 드물게 국내로 돌아온 경우다. 줄리아드 음대에 진학하려던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로 입학했다.

장군이 '유(U)턴'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지휘자 정명훈씨의 누나인 정명화(63) 한예종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연주 뿐 아니라 음악의 바탕이 되는 생각의 깊이까지 지도해주시는 선생님"이라고 정 교수를 소개했다. 이번 콩쿠르에서도 정교수의 지도로 바흐에서 스트라빈스키까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세 곡을 연주해냈다. 장군은 "한국서 공부해도 세계 수준에 뒤쳐지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며 익숙한 곳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며 얻는 정서적 안정도 음악 공부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6세때 첼로에 입문한 장군은 지독한 '연습벌레'다. 아버지 장학봉(48)씨는 "연습이 부족하다 싶으면 다음날은 친구도 안 만나고 연습만 한다"고 전했다. 하루에 최소 3~4시간, 콩쿠르 때는 5시간을 넘겨가며 연습한다. 꾸준하고 성실한 연습 때문에 무대에서 긴장해도 여간해서는 흔들리지 않고 연주한다.

그는 국내 최고 권위의 중앙음악콩쿠르를 선택해 큰 표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심사위원 9명 중 7명이 그를 1등으로 꼽았다. 심사위원장 이종영 경희대 교수는 "곡을 아주 유려하게 표현하는 대담하고 정리된 연주"라고 평했다.

장군은 "혼자 탄 상이 아니다"라며 "이번에 받은 상금 200만원 모두를 교회에 헌금으로 내겠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중앙음악콩쿠르에서 부문별 최고성적을 거둔 수상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손소이·유지홍·김기경·김도윤·장성찬·정영빈·이지나·조현광·한은혜씨. 양영석 인턴기자


7개 부문 수상자 시상

중앙일보사가 주최하고 KT&G가 후원하는 제33회 중앙음악콩쿠르 시상식이 30일 오후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렸다. 중앙음악콩쿠르는 1975년 중앙일보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마련한 국내 최고의 음악 등용문이다. 시상식에는 송필호 중앙일보 대표이사 사장, 임정근 심사위원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5~30일 금호아트홀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콩쿠르에는 모두 456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참가 인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번 콩쿠르 본선은 케이블TV(예술TV 아르떼)를 통해 국내 콩쿠르 중 최초로 생중계 돼 관심을 모았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피아노=1위 김기경(22.한국예술종합학교 4년), 2위 고우리(22.서울대 4년), 3위 김은찬(22.서울대 4년)▶작곡=2위 김도윤(23.서울대 3년) 정영빈(25.서울대 대학원), 3위 이재구(30.경원대 대학원)▶플루트=2위 손소이(21.한예종 3년) 유지홍(22.서울대 3년), 3위 장선아(26.베를린국립음대 대학원)▶첼로=1위 장성찬(19.한예종 3년), 2위 배지혜(19.서울대 1년), 3위 임재성(20.한예종 2년 중퇴)▶바이올린=3위 김영욱(18.한예종 2년) 이우일(18.한예종 2년) 정예지(20.한예종 4년)▶성악 여자=2위 이지나(26.서울대 대학원 졸업) 한은혜(24.한양대 졸업), 3위 이윤정(27.한예종 대학원)▶성악 남자=1위 조현광(24.서울대 졸업), 2위 강주원(26.연세대 졸업), 3위 이승수(22.서울대 4년) 정동효(26.서울대 대학원)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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