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초 버리는 「문화시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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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며칠 전 새벽녘에 건강을 위해 조깅을 하자는 생각에 집을 나섰다. 지나가는 차들이 뜸한 새벽인데 노란 모자를 쓰고 거리를 청소하고 있는 환경미화원의 모습이 상쾌한 아침을 열어주는 메신저 같아 보기에 참 좋았다. 그의 비질에 거리는 갓 이발을 한 국민학생의 뒷머리 만큼이나 말끔해진다.
그 말끔해진 거리에 갑자기 「휙」하는 소리와 함께 담배꽁초가 내팽개쳐진다.
환경미화원 아저씨는 『저런 못된 놈이 있나』고 외쳤지만 「휙」의 주인공은 후등만 깜박이면서 이미 멀리 사라진 후였다.
택시를 이용하다보면 이제 합승은 기본상식이다. 옛날에 비해 합승한 택시 안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의 예의는 많이 좋아졌다. 『담배 한 대 피워도 되겠습니까』정도의 양해를 구하는 이가 늘었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담배 피운 다음 그 꽁초의 처리방법이다. 「휙」하고 창밖으로 내던지는 사람이 많다.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아무런 가책도 없다. 승객만 그런 것이 아니다. 택시기사도 예사로 담배꽁초를 창밖으로 버린다. 뿐만 아니라 가래나 침도 창밖으로 뱉는 것이 비일비재다.
몇 년 전이라 생각되는데 「담배꽁초나 휴지 버리면 벌금 5천원」이라는 표지판이 거리에 나붙은 적이 있었다. 그 표지판을 본 어느 저명한 분이 나라 망신시키는 유치한 발상(?)이라고 꽤나 흥분했던 것을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거리는 아직도 담배꽁초와 껌·휴지 등으로 지저분하다.
비록 유치한 발상으로라도, 조금 망신스러울 망정 그런 식으로 해서 거리가 깨끗해 질 수만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내 주머니 속이나 내 차안이 깨끗해야 하듯이 거리도 깨끗해야 한다. 몇몇 사람들에겐 담배끊기가 손가락 끊기만큼이나 어렵다고한다. 그러나 담배꽁초 버리는 습성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고쳐질 수 있지 않을까.
우선 우리주변을 깨끗이 하는 일부터 시작하자. 문화시민 운운은 그 다음이다.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2가 242의6 은혜결혼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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