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투표성향 분석 고심/득표전략(14대 총선고지:1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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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안정강조하며 야당바람 차단 민자/20∼30대 겨냥 경제실정 공략 민주
여야는 14대 총선거가 역대 어떤 선거보다 특이한 양상의 투표성향을 드러낼 것으로 판단,선거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민자당측은 전통적인 안정희구세력으로 지지기반인 중산층이 극도의 정치불신증에 빠져 여당지지를 계속할지에 고심중이며 민주당측은 과거의 전매특허인 민주대 반민주구도가 사라짐으로써 야당바람몰이에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새 정세에 맞는 총선전략마련을 위해 골몰하고 있으나 방향을 확립못하고 있고 또 과거식 전략이 얼마나 먹혀들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민자당은 표밭분석결과 13대에 비해 지역바람과 민주대 반민주갈등이 다소 수그러든 대신 「이익지향성」이 늘어났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지역감정때문에 호남에서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서울등 수도권에서 야권통합파도에 흔들릴 가능성이 높지만 광역선거승리가 증명하듯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는 것이다.
여소야대를 한번 겪었기 때문에 민주화 욕구가 상당부분 소화됐고 맹목적인 지역감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어 있다는 진단이다.
당선거관계자는 『호남지역 언론매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물본위로 찍겠다는 유권자가 65%로 정당본위의 27%보다 훨씬 많았다』며 희망섞인(?) 자료를 내놓았다.
민자당은 표밭에서 감지되는 이같은 변화의 흐름을 바탕으로 「안정」에 선거전략을 집중시키고 있다.
민자당은 일반적으로 연령별 분포도 20,30대가 과반수를 넘어 야당이 유리하다는 얘기가 있으나 요즘은 30대도 중반이후는 보수·안정추구세대에 들어간다고 분석.
14대총선 예상유권자 2천8백70만명(광역선거때는 2천8백40만명)은 ▲20대 8백50만(29.6%) ▲30대 8백29만(28.9%) ▲40대 4백82만(16.8%) ▲50대 3백78만(12.9%) ▲60대이상 3백39만(11.8%).
이중 20대와 30대를 합치면 58.5%인데 30대중반 이후를 빼면 40%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민자당으로서는 해볼만하다는 것.
더군다나 지금까지의 투표성향을 보면 20대는 비판세력이 다수이긴 하나 기권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특히 정치냉소주의에 휩쓸려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경향이 많다고 보고있다. 이 때문에 여당일각에서는 젊은층의 기권율을 높일 토요일 또는 일요일을 투표일로 검토한다는 말도 있다.
민자당의 안정강조전략은 크게 「차기정권재창출=안정」「국정수행·통일주도」라는 두가지 줄기다.
그래서 당전략반은 「넘치는 민주발전­이제는 안정추구」,「그림이 완성되기 전에는 화가를 바꾸지 않는다」,「91년에는 부동산을 잡았습니다. 92년엔 물가를 잡겠습니다」 같은 구호를 구상하고 있다.
민자당은 일단 이같은 홍보전략에 주력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에선 「인물」과 「돌출바람」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당을 괴롭혔던 대표적인 바람은 ▲78년 12월 10대때 반유신바람 ▲85년 2월 12대때 신당돌풍 ▲13대때 지역감정의 황색바람 등.
당고위관계자는 『지난번 광역때는 오히려 우리당이 정원식 바람을 탔다. 이번 14대엔 우리가 「안정강조」란 방파제로 야권통합바람을 얼마나 견뎌내느냐가 중요한 열쇠』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유권자 분석을 통한 선거전략은 20,30대 청년층의 투표율 제고와 부동표 흡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16일 자체조사한 바에 따르면 14대총선 정당지지도는 민주당 18.9%,민자당 16.6%,가칭 새한당 10.7%,가칭 통일국민당 5.1%였으며 「지지할 정당이 없다」가 44.7%로 나타났다.
이는 야권통합과 민자당 대권내분 등으로 민주당의 인기가 민자당을 앞서고 있지만 절반가량의 유권자가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은채 태도를 유보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어 이들 「관망파」의 움직임이 선거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6월 광역의회선거 당시 득표율은 민자 40.6%,신민 21.9%,민주 14.3%여서 야권참패로 나타났다.
당시 투표율은 20∼24세 43%,25∼29세 41.8%,30∼34세 52.6%,35∼39세 61.2%,40∼49세 69.5%,50∼59세 75.1%,60세이상 69.9%로 평균투표율 58.8%를 기록했으며 전체유권자의 58.5%에 달하는 20∼30대 젊은층이 투표를 하지 않았다(중앙선관위 자료).
민주당은 이에 따라 야권성향이 짙은 젊은층을 투표에 끌어들이기 위해 학생·청년층을 대상으로 『선거불참은 민자당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투표참가캠페인도 벌일 계획이다.
젊은 직장인과 고위당직자와의 대화,청년과의 간담회 등을 지역구마다 실시하고 공단지역에서는 여성근로자와 당여성특위의 대화시간을 마련하는 등 청년·여성대책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또 과거처럼 바람몰이식 선거운동방식은 유권자 의식변화와 남북관계 급진전 등 시대분위기가 바뀌어 먹혀들기 어렵다고 보고 「실천정당」「대화하는 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개발,유권자에 접목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5공때까지의 민주대 반민주 구도는 2차적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역별 특성에 맞는 유권자와의 대화를 활성화,대구에는 맑은물 공급,인천은 내집마련,서울은 「지옥철」 없는 도시,부산은 교육환경 조성 등을 내걸고 세미나와 대화를 병행하기로 했다.
또 이미 대다수의 국민이 중산층의식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과거처럼 서민 정당을 내세우지 않고 경제실정등을 집중 공략키로 했다.<김두우·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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