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모두 '인정' … 안희정 건재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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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은 살아 있다'.

지난해 10월 안씨의 대북 접촉 사실이 알려진 뒤 정치권에서 나오는 얘기다. 과연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동업자'다운 행동 반경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여권 인사들의 진술에서도 남과 북 모두 인정한 안씨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안씨가 국내 시사주간지 기자를 통해 "북측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싶어 한다"는 소식을 들은 건 지난해 하반기다. 그는 직접 움직이지 않았다. 9월 하순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을 대신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북측은 안씨가 직접 오기를 바랐다고 한다.

안씨는 북측 의사를 청와대 이호철 국정상황실장에게 전한다. 이 실장도 별도 통로로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때가 10월 중순께라고 한다. 이 실장은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상황을 파악해 보라. 채널이 신뢰할 만한지, 진짜 북측의 태도는 무엇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이때 이 실장이 떠올린 인물이 안씨였다. 보안과 대통령의 신뢰가 생명인 '대북 밀사' 역에 안씨가 안성맞춤이라고 여긴 것 같다. 이 실장은 "내가 나갈 수 없으니 안희정씨가 한번 가보라고 했다"고 표현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해 10월 20일 안씨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측 이호남 참사를 만났다.

안씨는 당시 만남에 대해 "북측의 태도가 위기 상황을 풀 만큼 전향적이지 않았고 대화 파트너로 받아들이기 어려워 30분 만에 대화가 끝났다"며 "이후 북측에서 평양으로 와 달라는 제안이 있었지만 내가 나설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했다.

이 실장이나, 안씨와 함께 이호남 참사를 만난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도 "안씨의 대북 접촉은 단 한 차례뿐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 실장은 "(북측이) 돈 (요구) 얘기도 들려 원칙적으로 대응했다"며 "해당 (북측) 통로의 신뢰성도 불확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얘기도 들린다. 안씨의 역할이 '진행 중'이란 주장 말이다.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 과정에서도 안씨가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한 여권 인사는 "이 전 총리의 방북에 안희정 라인이 가동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안씨가 두 차례 이상 북측과 접촉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안씨가 중국에 빈번하게 출입하고 있는 게 대북 접촉 때문 아니겠느냐"는 설도 파다하다.

안씨는 "중국에 몇 차례 왔다갔다한 건 사실이지만 대북 접촉과 무관하다"며 "요즘 나오는 얘기는 한 차례 접촉한 뒤 나오는 후일담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내 여권을 조사해 보면 알 것 아니냐"고 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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